단순한 선거를 넘어 교회 역사의 전통이자,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는 깊은 의식으로 불리는 콘클라베는 라틴어로 ‘열쇠로 잠근 방’을 뜻한다. 이름 그대로 추기경들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공간인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에서 새 교황을 뽑기 위한 비밀 투표에 돌입한다. 통상 교황 선종일로부터 15일간의 애도 기간을 거친 뒤 시작되기 때문에 이번 콘클라베는 5월 초 열릴 것으로 보인다. 투표권은 80세 미만의 추기경들에게만 주어진다. 현재 120명 안팎의 추기경이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콘클라베의 투표는 하루 최대 4번(오전 2회·오후 2회)까지 진행되며, 후보자가 3분의 2 이상 득표하면 교황으로 확정된다. 해당자가 없으면 다시 투표를 반복한다.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된 콘클라베는 약 24시간 동안 5번의 투표로 마무리됐지만, 경우에 따라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었다. 13세기에는 약 3년, 18세기에는 4개월이 걸린 적이 있다.
결과는 시스티나 성당의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의 색으로 알려진다. 검은 연기는 ‘교황 미정’, 흰 연기는 ‘새 교황 선출’을 의미한다. 후보자가 최종적으로 선출되면 추기경단은 교황직 수락 의향을 묻는다. 후보자가 수락하면 새 교황은 교황 이름을 선택한다.
역대 주요 콘클라베의 풍경을 돌아보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제인 프란츠 요제프 1세는 1903년 레오 13세 교황 선종 후 열린 콘클라베에서 유력한 후보였던 마리아노 람폴라 추기경의 교황 선출을 ‘비토권(거부권)’ 행사로 저지했다. 이는 유럽 가톨릭 군주들이 특정 후보를 거부할 수 있던 권리였으며, 이 사건 이후 교황으로 선출된 비오 10세는 비토권 행사를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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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4년 비오 10세 교황의 선종 이후 열린 콘클라베에서는 외교 경험이 풍부한 자코모 델라 키에사 추기경이 베네딕토 15세로 선출됐다.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격랑 속 교황청의 중립과 평화 메시지를 이끌 인물로 평가받았다.
1978년에는 한 해 두 번의 콘클라베가 있었다. 요한 바오로 1세가 선출된 지 33일 만에 급서하면서 또다시 콘클라베가 열렸고, 폴란드 출신의 카롤 요제프 보이티와 추기경이 요한 바오로 2세로 선출됐다. 이는 455년 만에 등장한 비(非)이탈리아계 교황이었고, 냉전 시대 공산권 출신이라는 상징성을 가졌다.
2013년 베네딕토 16세가 전격 사임하며 시작된 이례적인 콘클라베에서는 당시 아르헨티나 출신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으로 교황직에 올랐다. 그는 첫 번째 아메리카 대륙 출신 교황이자, 예수회 출신이라는 점에서도 신선한 상징성을 안고 있었다. 그는 가톨릭교회의 ‘주변부’에 관심을 기울인 인물이었다. 검소함과 사회 정의를 강조한 그의 재임 기간은 ‘가난한 자들의 교황’이라는 별명을 낳았다.
이번에도 예측은 쉽지 않다. 교황청 서열 2위로 평가받는 피에트로 파롤린(70) 국무원장과 필리핀 출신인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68) 추기경, 가나 출신 피터 코도 아피아 턱슨(76) 추기경 등이 거론된다. 그리고 한국인 최초의 교황청 부서 수장인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 역시 아시아의 대표 주자로 언급되고 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계 흑인 출신 교황은 현재까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