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이면서 효과적인 신약개발을 하고 싶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기술을 신약개발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당연한 흐름입니다.”
신현진 목암생명과학연구소 소장은 22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DIA 한국연례회의 2025’에서 신약개발 과정에 AI를 활용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같이 밝혔다.
신 소장은 “신약개발이 어렵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성공사례보다 실패사례가 훨씬 많다. 실패한 원인은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임상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임상에 들어가기 전에 얼마나 좋은 후보물질을 고르느냐가 중요하다. AI 활용은 더 많은 약물을 빠르게 스크리닝해 좋은 후보물질을 선정하고, 실험 횟수를 줄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신약개발에서 AI를 활용하면 후보물질이 어떠한 성질을 가지는지 예측할 수 있고 새로운 물질을 만들었을 때 원하는 약리작용을 가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많은 데이터가 있어야 AI 활용 신약개발이 효과를 볼 수 있다.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ADMET(흡수·분포·대사·배설·독성)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만드는 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가속화 프로젝트(K-멜로디)에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K-멜로디사업단이 주관한다. 신 소장은 “신약개발에 항상 문제가 되는 건 데이터다. 데이터가 없으면 신약을 만들 수 없다. K-멜로디 프로젝트에 동참하여 여러 화합물 구조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AI 모델을 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AI 활용 신약개발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 소장은 “연구개발(R&D)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서 진행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좋은 인재를 기르고 우리나라에 붙잡아 둘 수 있는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라며 “AI는 이미 산업계에 많이 침투했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사용해 우리나라의 제약산업 발전에 토대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조은성 인세리브로 대표(고려대 바이오의공학과 교수)는 양자컴퓨팅을 활용해 신약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조 대표는 “신약개발이 양자컴퓨터로 인해 많은 변형을 겪을 것으로 추정한다. 양자컴퓨터로 가장 혜택을 볼 분야로 신약개발이 꼽힌다”라면서 “분자로 구성된 약물은 양자컴퓨터로 잘 해석될 것으로 예측된다. 신약개발에 양자컴퓨터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양자컴퓨터를 활용한 신약개발은 활성화되지 않았다. 현재 기술로는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양자컴퓨터를 써보니 약물 스크리닝 시 많은 약을 사용하기 보다 타깃에 적합한 약물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직 소규모 계산밖에 할 수 없는 단계”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 일부분만 양자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지만 전 세계 빅파마 대부분이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신약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명확하게 예측하기 힘들지만 3년 이내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개의 약물을 AI를 활용해 새로운 치료제로 조합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지현 닥터노아바이오텍 대표는 “AI 기반 신약 조합 플랫폼인 아크(ARK)를 활용해 새로운 치료제 조합을 개발하고 있다”며 “단일 약물이 아니라 이미 검증된 약물을 조합해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개의 약물을 하나의 치료제로 개발하다 보니 기존 신약개발 과정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임상에 들어가기 전에 기존 제약사들은 몇백억 원을 투자해야 하지만, 우리는 10억 원 이하로 가능하다. 기존 약물을 사용하는 만큼 독성평가도 간단히 하고 동물실험도 저렴한 비용으로 할 수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이미 미국에선 두 개의 약물을 섞어 하나의 치료제를 만들었다. 미국 아밀릭스(Amylyx)는 임상 2상까지 좋은 효능을 보여 2023년 선판매 승인을 받아 한 해 매출 5000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시너지가 있을 만한 복합제를 AI로부터 추천받을 수 있다. 세포 시험단계에서도 AI 활용이 가능하다. AI를 써서 다양한 방식의 신약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