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대선을 위한 각 당 경선이 속도를 내면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침묵을 깨고 거취를 표명할지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이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빅4(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후보)를 확정했지만 한 대행의 출마 여부에 따라 경선 판세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범보수계가 한 대행을 이재명 민주당 경선 후보의 대항마로 내세울 가능성에 대비해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더욱 강화된 내란 특검법을 재발의하겠다"며 "한덕수 총리는 내란 방조자임에도 권한대행이란 존재 이유를 망각하고 차기 대선의 입맛을 다시고 있다"고 밝혔다. 한준호 최고위원은 '대통령 국민 추대위원회'가 전날 출범한 것을 언급하며 "한 대행은 왜 구차하게 추대 형식으로 명분 쌓기용 빌드업을 하나. 간을 보다가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되면 대대적으로 출마하겠다는 포석을 까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 대행 탄핵' 추진도 재점화하고 있다. 전날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42일밖에 남지 않은 대선을 중립적으로,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최고 책임자가 엉뚱하게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면서 "한 총리의 직무를 지체 없이 정지시키자"며 탄핵 추진을 주장했다.
한 대행에 대한 민주당의 강경모드는 앞서 한 대행이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대권 도전 여부에 대한 질문에 "노코멘트"라고 답한 게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한 대행의 침묵을 사실상 출마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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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재명 민주당 경선 후보는 대부분의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갤럽이 15~17일 무선전화면접을 통해 진행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후보는 38%를 기록했다. 또한, 16~18일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무선 ARS를 통해 진행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도 이 후보는 50.2%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같은 상황에도 민주당이 한 대행에 대한 경계심을 키우는 건 이재명 민주당 경선 후보의 대항마로 지지율을 키우며 급부상하고 있어서다. 한 대행을 구심점으로 한 '반(反)명 빅텐트'에 여론의 힘이 실린다면 대선 결과역시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국민의힘도 한 대행의 입과 행보에 예의주시하긴 마찬가지다. 전날 국민의힘 2차 경선 후보에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후보가 이름을 올리며 4강 경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한 대행의 출마 여부가 국민의힘 경선 판세를 가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와서다.
현재 한 대행의 출마론에 가장 적극적인 경선 후보는 김문수 후보다. 김 후보 캠프엔 최근 한 후보 차출론을 띄웠던 박영수 의원이 합류했다. 만약 보수진영에서 '반명 전선' 구축의 필요성이 커질 경우 김 후보에게 당심이 크게 기울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1차 경선은 국민여론조사가 100% 적용됐지만 앞으로 남은 경선은 당원 선거인단 50%와 국민 여론조사 50%를 합산하게 된다.
현재 민주당은 물론 범보수계에서도 한 대행의 출마를 거의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지만, 한 대행은 여전히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