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절벽’이 심화되고 있다. 멸실 주택과 신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입주 예정 물량은 급감하면서다. 결국 이 같은 구조적 문제가 서울 집값 상승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본지가 서울시의 ‘2025 서울주거 종합계획’을 분석한 결과 서울의 연간 주택 수요는 시나리오에 따라 4만9000가구에서 5만4000가구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가구 수 증가, 노후주택 대체, 청년·신혼 수요 등을 감안한 수치다.
여기에 매년 멸실되는 주택에 대한 수요도 발생한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4년간(2020~2023년) 서울에서 사라진 주택은 약 9만7837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0년 3만12가구 △2021년 3만3489가구 △2022년 1만7168가구 △2023년 1만7168가구 등이다. 재건축·재개발, 노후주택 철거 등이 이어지며 매년 2만 가구 이상의 주택이 서울에서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수요와 멸실 주택을 감안하면 서울에선 연간 약 6만7000가구 수준의 신규 공급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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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실은 수요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부동산R114의 자료를 보면 서울의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025년 3만7681가구, 2026년 9640가구, 2027년 9573가구로 급감할 전망이다. 특히 2026년과 2027년의 입주 물량은 연간 필요 공급량의 15% 미만에 불과하다.
업계에선 입주 물량 감소는 착공 자체가 급감한 구조적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사비 급등,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축, 금리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인허가를 받아도 실제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업장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 착공 물량은 2022년 4560가구, 2023년 2172가구, 2024년 1306가구로 3년 연속 감소 중이다.
실제 서울 집값은 경기 침체와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올해 들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4월 셋째 주(15~21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8% 상승하며 12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강남4구를 비롯해 강북 주요 지역에서도 강세가 확인됐다.
신규 아파트에 대한 희소성도 커지면서 분양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2025년 3월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평당 평균 1339만6000원으로 전년 대비 16.5% 상승했다. 특히 전용 60~85㎡ '국민평형'의 분양가는 29.2% 급등했다.
김선아 리얼하우스 분양분석팀장은 "서울 수요는 여전히 높은 상태에서 공사비 급등 등의 이유로 공급이 감소함에 따라 전세 수요 집중, 전세가 상승 등 연쇄적인 파급 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수도권 내 신규아파트 품귀 현상이 더욱 심화되어 청약 경쟁률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