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선전했던 우리나라 수출산업이 올해는 체력을 회복한 경쟁국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수출시장 공략의 해법으로 '실리(實利)' '미래' '숨은 시장 찾기'가 제시됐다.
7일 열린 '2010 세계시장 진출 전략 설명회'에 참석한 코트라 해외지역본부장들과 KBC 센터장들은 외형성장 보다 내실을 따지는 마케팅 전략으로 인류의 미래 먹거리를 적극 공략하는 동시에 곳곳에 숨어 있는 시장을 찾아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환익 코트라 사장은 "올해는 소위 '역샌드위치론'을 만들어 냈던 환율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남들보다 한발 앞서 신시장을 개척하고, 열정적인 해외 마케팅을 계속하면 우리 수출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는 원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학 지식경제부 차관은 "올해는 경쟁국과의 경쟁이 보다 치열해질 것"이라며 "올해 목표인 4100억달러 달성이 쉽지 않은 만큼 수출금융 및 보험, 해외 마케팅 지원 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미국·일본에선 '實利'를
홍순용 코트라 북미지역본부장은 "금융위기 후 미국시장은 소위 'New Normal'의 질서가 자리 잡았다"고 소개했다.
홍 본부장은 "가격이 저렴한 온라인 쇼핑 활황, 에너지 절약제품 열풍 등을 소개하며, 과거 흥청망청 써대던 소비자들이 사라지고 제품의 가치를 따지는 현명한 소비가 보편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미국시장이 실리 위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우리 수출기업들의 대미진출도 실리 위주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 본부장은 "아직 본격적인 회복의 불이 지펴지지 않고 있는 대형 소비시장 보다는 절약형 소비제품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한편,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 높이기에 나서고 있는 미국 글로벌 기업들에게 부품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해 일본 도요타의 빗장을 풀어헤친 바 있는 우리 기업들의 대일 수출 전략도 '실리'에 두어야 할 전망이다.
신환섭 도쿄 센터장은 일본 기업들이 기술 최우선주의를 탈피하고 부품을 범용화하면서 아웃소싱 등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단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 센터장은 "한국의 부품 수준을 높이 평가하기 시작한 일본 기업들이우리 우수기업들과의 협력을 원하는 러브콜이 많아지고 있다"며 "합리적인 가격에 높은 품질을 자랑하는 우리 부품소재의 대일 수출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중동·중남미 '미래' 먹거리 선점
중동·중남미 시장에서는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할 전망이다. 이들 지역은 지난 수년간 자원가격 상승의 효과로 비교적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인프라 건설, 자원개발 등을 집중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건설·플랜트 수주를 통해 많은 성과를 올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녹색 에너지, IT 기반, 의료바이오 등 미래 성장산업에서도 우리 기업의 진출기회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응천 중동아프리카지역본부장은 "최근 우리가 수주한 UAE 원전건설은 중동지역 특유의 입소문으로 도미노식 수주를 유발할 것"이라며 "앞으로 더욱 확대될 중동의 신재생에너지 시장 진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 본부장은 "중동 각국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배정할 계획"이라며 "기존 정유 플랜트 시설 위주의 건설 수출이 부가가치 높은 분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동형 멕시코시티 센터장도 중남미 국가들이 추진하는 국가 IT 사업, 의료바이오 혁신사업 등에 우리 기업들의 미래 먹거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센터장은 "그동안 지리적으로 불리한 여건 때문에 상대적으로 등한시했던 중남미 시장의 가치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페루 등으로 이미 수출된 바 있는 전자정부 시스템, 멕시코 등지에서 수요가 높아지는 보안장비 시장이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 유럽·중국·인도 '숨은 시장' 개발
조병휘 구주지역본부장은 "올해 한-EU FTA가 발효되면 유럽시장으로의 관문이 다시 활짝 열리는 셈"이라며 "글로벌 아웃소싱 시장과 신재생에너지 시장 등 대형시장은 물론 중동구 개발 프로젝트, 온라인 게임 등 새로운 시장개척에도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섭 중국지역본부장은 "광활한 중국시장을 단순한 하나의 기준으로 재단하기는 무리가 있다"며 "중국의 각 지역별 시장여건을 꼼꼼히 분석하고 이에 맞는 차별화된 마케팅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특히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내수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내륙 2, 3선 도시에는 하루라도 먼저 들어가는 선점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 우리나라와의 CEPA 협정이 발효된 인도시장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이미 진출을 시작한 건설장비, 기계류 및 설비 외에도 고급 소비재 시장 공략에 눈 돌려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문석 뉴델리 센터장은 "인도의 전체적인 소득수준은 낮지만, 최상류층의 소비규모는 상상을 초월 정도"라며 "이들을 대상으로 우리 제품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부각하는 전략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최 센터장은 인도 시장에 맞는 현지화 전략으로 최근 늘고 있는 중산층 소비자를 겨냥한 보급형 제품 개발에도 나서야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