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수·합병(M&A)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투자전문지 인베스터즈 비지니스 데일리(IBD)는 글로벌 M&A시장이 둔화된 가운데 악재를 호재로 삼아 전략적인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글로벌 M&A는 올해 초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면서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현실은 달랐다. 장밋빛 전망은 지나친 낙관이 되면서 업계에 실망을 안겼다.
영국 인수합병전문지 머저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M&A 규모는 올 상반기 작년 동기대비 7.8% 증가했지만 달러를 기준으로 실제 가치는 15.2% 감소했다.
미국 투자 전문회사 에버코어 파트너의 윌리엄 힐츠 이사는 "그리스 채무위기, 허약해진 유럽의 은행 시스템, 예상보다 더딘 국내경제 성장 등이 글로벌 M&A계에 조심스러운 분위기를 낳게 했다”고 분석했다.
잠재적 매각자들은 헐값으로 거래하는 것을 여전히 꺼리고 있다. 지난 2007년 자산거품 당시 기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위축된 M&A시장이 회복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에 따르면 불경기에 진행된 M&A가 활황 시기에 비해 향후 기업 경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 18년간 3500건의 M&A를 실시한 기업들의 주가를 지켜본 결과 경기 활황시 인수를 진행한 경우 기업 경영은 향후 2년에 걸쳐 시장 평균에 뒤졌다.
반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평균에 미치지 못한 시기에 M&A에 나선 기업들은 향후 2년간 시장수익률을 약 7% 상회했다.
상당수의 M&A 주체들이 경기를 감안해 구체적인 전략과 가격 등 조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시장 상황이 향후 M&A시장 회복에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M&A가 24% 성장한 상태.
머저마켓의 아비게일 로버츠 글로벌 에디터는 “내년 아시아와 미국 바이어들이 인수를 위해 유럽의 저가 자산들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비게일 에디터는 “지친 유럽의 재정상황이 흥미를 끌 것이 분명하다”며 특히 중국기업에 주목했다.
보스턴 컨설팅의 악셀 루스 독일 파트너는 “중국 기업들은 M&A에 근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거대한 내수시장과 수출을 기반으로 중국이 해외 M&A에 광범위한 기회를 접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이 처한 악재도 글로벌 M&A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최근 BP는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이집트 내 70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의 자산을 매각했다.
이번 재앙으로 에너지업계의 자산 매각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의 규제 강화로 에너지업계의 합종연횡이 이뤄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힐츠 이사는 “태양 풍력 바이오연료 등 재생에너지 업체가 목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규제 강화로 은행권 역시 자산 인수 또는 다각화에 나설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M&A시장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힐츠 이사는 “급격한 회복은 기대하지 않는다”며 “점진적인 회복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근 경제지표가 둔화되고 불확실성이 높아졌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주식시장 랠리가 기업 신뢰를 개선, 글로벌 M&A 시장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