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억울한 한국인의 두통약 ‘게보린’

입력 2010-09-0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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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 치통, 생리통에 맞다 게보린~”

1977년 출시돼 벌써 30여년간 한국인의 두통약으로 자리매김한 삼진제약 게보린이 지난 2008년 안전성 문제기 제기된 후 잊을만하면 제기되는 부작용 논란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2008년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이하 건약)가 게보린 성분 중에 하나인 ‘이소프로필안티피린(IPA)’이 치명적인 혈액질환과 의식장애, 혼수, 경련 등 부작용으로 인해 선진국에선 이미 판매되고 있지 않다며 안전성 문제를 처음 제기했다.

이후 2009년 3월 보건복지부가 게보린 등 IPA 함유 진통제에 대해 15세 이하 어린이 복용 금지 결정을 내리면서 일단락됐다. 사실상 정부가 약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인정해준 셈이다.

그러나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아프다는 핑계로 조퇴를 하기 위해 게보린을 과량복용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부작용 논란이 되살아났다.

또 처음 안전성 문제를 제기한 건약이 다시 ‘그대가 유럽인의 두통제였다면’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게보린이 다시 언론에 재등장했다.

건약은 “위험 논란이 계속되는데도 식약청이 게보린을 살려두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한국에 진통제는 게보린 뿐이라서? 혹은 회사의 선전처럼 ‘한국인의 두통약’이기 때문인가”라며 비판했다.

기자는 여기서 게보린을 옹호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다. 삼진제약의 대처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실제로 종근당은 2009년 IPA성분을 제거한 ‘펜잘큐정’을 내놓으며 부작용 논란에서 깨끗이 벗어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종근당과 삼진제약의 사례는 다르다. 종근당은 펜잘이 주력 품목 중의 하나일 뿐이지만 게보린은 삼진제약의 대표품목이다. 더욱이 정부에서 안전성을 인정해준 마당에 일부의 주장에 따라 자사의 대표품목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IPA성분에 대한 역학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한국인에게서의 IPA성분의 위험성을 분석해 인과성을 밝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의약품 부작용 보고와 그에 따른 후속조치가 외국에 비해 부실한 국내 현실에서 앞으로도 게보린처럼 특정 의약품만이 부작용 논란 속에서 어려움을 겪을지 모른다.

다국적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당뇨병치료제 아반디아 사례는 우리에게 귀중한 교훈을 준다. 아반디아는 출시 후 일부에서 심혈관 질환의 부작용이 있다고 주장해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최근 미FDA 자문단이 사실상 부작용 우려를 가셔주는 판매유지 결정을 내려 다시 살아난 바 있다.

무조건 팔지 말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부작용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과학적인 증거에 의해서 대책마련에 나서는 것이 해당 기업은 물론 누구나 용인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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