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일본의 개입으로 글로벌 외환시장이 출렁이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주요국의 통화정책 갈등 조짐이 포착되고 있는데다 엔화 강세에 베팅했던 헤지펀드업계는 막대한 손실을 나타내고 있다. 3회에 걸쳐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 후폭풍을 진단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日 외환개입에 헤지펀드 '불똥'
② 혼란에 빠진 개미들은 어쩌나
③ 아시아 통화 미래 中에 달렸다
일본이 400조원 이상을 외환시장에 투입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개입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이 통화정책 갈등 조짐이 포착되는 것은 물론 헤지펀드를 비롯한 금융업계의 손실도 막대한 상황이다.
일본의 전격적인 외환시장 개입으로 세계 최대 헤지펀드가 손실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일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의 개입으로 엔화 가치는 달러에 대해 3% 급락하면서 달러·엔 환율은 85엔대 중반으로 치솟았다.
개입 직전 달러·엔 환율은 82.88엔까지 하락하며 15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210억달러(약 25조원) 규모의 영국 헤지펀드 AHL과 5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캐피탈퓨처스펀드, 10억달러 규모의 ADF 등 영국 주요 3개 헤지펀드가 상당한 손실을 기록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들 펀드는 시장 흐름에 따른 컴퓨터 매매를 통해 투자하고 있어 갑작스런 시장 변화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동안 엔화 강세에 베팅해왔던 AHL은 지난달에는 6.8%의 수익을 기록한 바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일본의 개입은 시장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면서 "시장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안정되려면 1주일 이상이 걸릴 것"이라면서 "그러나 중장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시장 종사자들은 일본 정부의 추가 개입 시기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필요할 경우 엔 약세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해 원하는 수준까지 환율이 오르지 않는다면 개입을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일본의 시장 개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업계의 한 트레이더는 "이번 방식으로 개입하는 것은 언제나 먹히지 않았다"면서 "시기까지 잘못된다면 상황이 완전히 잘못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992년 영국의 경우를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파운드화는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가 10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화 매도에 가세하면서 급락했다.
소로스가 언론과 공식석상에서 파운드화 급락설을 제기하면서 1992년 9월16일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했다.
영란은행이 환율 방어 과정에서 날린 돈만 6조원에 달한다. 소로스는 영국과의 환율전쟁을 통해 1조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은 파운드화 폭락에 견디다 못해 결국 유럽 환율조정메커니즘(ERM)에서 탈퇴했다.
일본의 개입 규모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2004년부터 2년간 이어졌던 개입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BOJ와 일본 재무성은 2003년 20조4000억엔을 팔아치운 뒤 2004년에는 14조8000억엔을 풀었다.
일본이 6~7년 전 수준의 시장개입에 나선다면 모두 35조엔(약 475조원)의 엔화가 시장에 풀리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