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뷰-포인트]그린스펀 시대의 종언

입력 2010-11-02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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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
우리가 속한 경제환경은 이미 익숙하기 때문에 이러한 환경이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는 느낌을 쉽게 받곤 한다. 그러나 경험이 풍부한 훌륭한 투자가라면 지금의 환경이 사실은 그리 오래된 시스템이 아니며 끊임 없이 변화해 왔음을 잘 알고 있다. 그와 동시에 지금의 환경이 얼마든지 크게 변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변화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필자는 현재의 경제환경을 한마디로 ‘그린스펀 시대’의 황혼기로 정의하고 싶다. 그 이전과 다른 ‘그린스펀 시대’의 요소는 다양하겠지만 때 필자가 가장 큰 변화로 생각하는 것은 '신경제의 만개'와 '선제적 통화정책' 두 가지를 꼽고 싶다. 왜냐 하면 오랜 기간 당연하게 여겨져 온 패러다임을 근본부터 바꾸면서 실효성을 장기간 입증했기 때문이다.

‘그린스펀 시대’ 이전에는 생산량을 늘리려면 기계설비, 인력 등 생산요소들을 더 투입해야 했으며, 생산요소 투입의 증가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효과가 감소하는‘수확체감의 법칙’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지금도 대학에서 가르치는 경제원론은 ‘그린스펀 시대’이전의 경제이론으로 가득차 있다.

그러나 IT 기술의 발전에 기반한 신경제는 대학에서 배우는 경제이론이 경제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고 경제 패러다임이 달라질 수 있음을 입증했다. IT 기술의 발전은 생산요소의 추가 투입이 적거나, 혹은 아예 없더라도 효율성을 높여 생산량을 늘릴 수 있음을 증명했으며, 이는 생산원가를 현저하게 낮춰 결과적으로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낮은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의 공존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또한 ‘선제적 통화정책’은 재정정책을 통한 정부개입의 유효성을 주장한 케인지언과 정부개입 효과가 없거나 미미하다고 주장한 고전학파 외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존재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특히 불황기에 적극적으로 금리를 낮추고 통화량을 늘리는 정부개입을 통해 과거보다 글로벌 경제는 불황기를 신속하게 극복하게 되었으며 과거보다 경기순

환 주기가 현저하게 짧아진 것을 우리는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린스펀 시대’의 부작용이 곳곳에서 드러남에 따라 우리는 이제 싫든 좋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신경제’는 생산효율을 증대시키기는 했으나 동시에 생산량 증가에 고용의 증가가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으며, 이로 인해 노동자의 구매능력은 경제발전에 비해 정체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소비자는 차입을 통해 정체된 구매능력을 보충해 왔으며 누적된 차입은 2008년 그 한계를 드러내 경제위기가 도래하였다.

또한 원유, 곡물 등 한정된 자원의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효율성 상승을 통해 비용을 통제한다는‘신경제’의 근간은 유효성을 상당 부분 상실한 것으로 판단된다.

‘선제적 통화정책’ 역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실물경기 회복을 위해 엄청난 유동성을 공급했으나 이로 인해 시장이 정부의 상환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하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감지되고 있다. 정부의 신뢰상실은 화폐가치의 폭락, 즉 극단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경제시스템 자체를 위협하는 요인이니만큼 향후 전개되는 정책의 변화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그린스펀 시대’이후를 예측하는 것은 필자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의 능력을 벗어나는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고 이를 알리는 것은 누군가 분명히 수행해야 하는 임무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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