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개발(R&D)팀에 국한되던 혁신성이 기업 조직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모든 분야에서 혁신을 강조할 경우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슬론경영대학원은 경영저널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SMR) 최신호를 통해 혁신에 관한 5가지 선입견을 소개하며 세상을 바꾼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반짝’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연구와 토론 끝에 나온다고 전했다.
첫번째 선입견은 혁신이 불현듯 떠오르는 ‘유레카’순간을 수반한다는 것이다.
뉴턴이 땅에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을 법칙을 발견했듯이 순간적인 통찰이 혁신을 불러 가져온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다.
하지만 SMR이 최근 123명의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이상은 순간적인 깨달음을 통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실현단계에서 좌절되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좋은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의 저자인 스티븐 존슨은 “훗날 혁신이 되는 개념들은 망각 속에서 몇년이고 숙성을 거쳐 탄생한다”며 “월드와이드웹(WWW)도 몇년 동안 연구원들의 연락망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번째 선입견은 최신 기술을 활용하면 혁신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특히 데이터의 소유자나 독점자 없이 누구나 손쉽게 데이터를 생산하고 인터넷에서 공유할 수 있는 사용자 참여 중심의 인터넷 환경인 ‘웹2.0’의 출현은 기업의 혁신적인 아이디어 창출을 이끌고 있다.
일례로 IBM이 지난 2007년 개설한 ‘이노베이션잼’이라는 온라인 사이트에 5만7000명이 넘는 방문자들이 3만건의 혁신 아이디어를 게재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최신기술을 도입하더라도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동인이 없을 경우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만한 혁신제품을 개발하기는 역부족이다.
제약회사인 로슈다이어그노틱스의 한 관리자는 “웹2.0을 이용한 혁신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내부 마케팅전략을 세워야 했다”고 말했다.
세번째 개방성이 혁신의 미래라는 전망이다.
프록터앤갬블(P&G)는 기업 외부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해 혁신을 꾀하는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다.
P&G는 홈페이지로 아이디어를 접수하는 개방형 혁신프로그램을 통해 1000개가 넘는 아이디어에 대한 라이센스를 등록했다.
하지만 지적재산권에 대한 소유권 문제나 외부인의 혁신 아이디어의 실효성 등의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에 개방성이 혁신의 필수조건은 아니라고 SMR은 지적했다.
이밖에도 SMR은 혁신이 대규모의 투자를 수반하는 것은 아니라며 오히려 개인적 성취감을 높여 주는 내부적 요인이 기업에 혁신적인 분위기를 전파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개인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하나의 혁신제품으로 개발되는 ‘하향식(bottom-up)’뿐 아니라 리더의 조언이 직원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는‘상향식(top-down)’ 방식도 효과적인 혁신 개발법이라고 SMR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