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용평가사들이 뭇매를 맞고 있다.
개인 신용평가시스템이 서로 다른 평가모델을 책정해 서로 다른 신용평가를 매기는가 하면 기업의 신용평가 등급 평정이 엉망이라는 것이 수면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에서는 신용평가사들의 신용평가 업무에 대한 감독 및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하고 평가사들에 대한 감독수준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검사에 착수했다.
◇개인 신평사 기준 달라 신용등급‘엉망’ =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자신의 신용등급을 금융기관들이 조회한 사실만으로도 하락하는 문제는 항상 지적돼 왔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주원인은 신용평가사들의 개인 신용등급 평가모델과 활용 정보 등이 서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개인신용등급을 평가하고 책정하는 곳은 한국신용정보(한신정·NICE), 한국신용정보평가(한신정평가·KIS),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세 곳이다.
이들 기관들은 각 금융회사와 은행연합회 등으로부터 개인의 대출, 연체, 조회기록 등의 정보를 제공받아 신용등급 평가에 활용한다. 하지만 이들 기관이 사용하는 정보들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같은 사람의 신용등급도 기관별로 차이가 나고 있다.
또한 개인의 신용등급에 주요 정보들이 우량정보들보다 불량정보들이 대부분이라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A금융사 한 관계자는 “신용등급 평가모델을 책정하는 기관들이 서로 다른 기준을 갖고 신용등급을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한사람의 등급도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또한 신용등급을 올려주는 정보들보다 신용등급을 하락시키는 정보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개인 신용등급을 올리기 힘든 점도 문제다”고 말했다.
◇기업 신용등급 책정도 엉망 = 개인의 신용평가기관 이외에 국내 대표적인 기업 신용평가기관인 한국기업평가(한기평), 한국신용평가(한신평), 한신정평가 등 3대 신용평가사들의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이 논란이 된 시점은 지난 1월25일 한신평, 한신정평가가 대한해운의 신용등급을 갑작스레 ‘BBB+’에서 ‘D’로 낮추면서 부터다. 지난해 말부터 대한해운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왔지만 투자적격 등급을 받은 지 두 달 만에 기업회생정차를 신청해 신용평가사들이 뒷북대응을 한 것이다.
또한 최근 효성그룹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진흥기업에 대한 신용등급도 상향조정한 지 6개월만에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조정해 신용등급 평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 신용평가기관이 3곳 밖에 없는 점을 꼽았다.
B금융사 한 관계자는 “신용평가사들이 문제는 현재 국내에는 3곳의 신용평가기관뿐이 없어 각각 시장의 3분의 1씩을 차지하고 있는 과점 체제가 영향이 크다”며 “이에 신용평가사들의 정보가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뒤늦게 신평사 감시 나서 = 신평사들의 문제가 이처럼 붉어지자 금융감독원은 최근 신평사들에 대한 종합검사와 함께 부분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금감원이 신평사들에 대한 부분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지난 2008년으로 2년여만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평사 표준내부통제기준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점검하기 위해 오는 10월 또는 이후에 신평사들을 상대로 부문 검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단행된 금감원 조직개편으로 신평사 검사 업무가 자본시장서비국에서 금융투자서비스국으로 이관돼 일정이 다소 조정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금감원이 이미 사태가 터진 뒤 검사를 실시하기로 해 늦장대응논란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국제적으로 신평사의 업무에 대해서 시장 자율에 맡기기 보단 감독기관의 관여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