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상속세가 비윤리적인 이유

입력 2011-09-14 11:53 수정 2011-09-1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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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거일 소설가

상속세가 다시 사회적 논점으로 떠올랐다. 무거운 상속세가 중소기업들의 안정적 경영을 어렵게 만든다는 사정 때문이다.

상속은 “앞 세대에서 뒤 세대로 무엇을 이전하는 것”이다. 그렇게 이전되는 것들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것은 부모가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유전적 자산’이다. 유전적 자산에 덧붙여 이전되는 것들은 일반적으로 문화라 불린다. 그리고 문화에서 핵심적인 것은 재산이다. 개인들의 생존에 도움이 되므로, 그래서 유전자들의 생존과 전파에 도움이 되므로, 애초에 재산이 만들어진 것이다. 자연히, 상속이 이루어지는 곳은 가족이다. 아이를 낳아 기르고 가르치고 재산을 남기는 일이 모두 가족 안에서 이루어진다. 당연히, 가족을 통해서 부모에서 자식으로 유전적 및 문화적 자산이 상속되는 것은 보호되고 격려되어야 한다.

재산의 상속에 대해 매겨지는 상속세는 가족의 상속 기능을 직접적으로 방해하므로, 근본적으로 비윤리적이다. 이것은 다른 장점들로 쉽게 덮일 수 없는 결정적 흠이다.

상속세는 감정적 부하가 큰 논점이다. 거대한 부의 상속은 늘 부러움과 비판을 부르고, 상속된 재산에 대한 무거운 세금은 부의 세습을 줄여서 세상을 보다 평등하게 만든다고 흔히 여겨진다,

상속세를 정당화하는 논리적 근거들의 핵심은 그것이 개인들의 초기 조건들에서 존재하는 커다란 차이를 줄인다는 주장이다. 부모로부터 큰 재산을 물려받은 개인들은 그렇지 못한 개인들보다 초기 조건에서 크게 유리하며, 그런 상황은 평등의 이상에 어긋나므로, 그런 차이를 줄이는 것은 옳다는 얘기다. ‘평등한 출발점(equal starting points)’이라고 불리는 이 주장은 그럴 듯하고 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려 왔다.

평등은 소중한 가치다. 그러나 어떤 수준을 넘으면 그것은 다른 가치들과 맞바꾸기(trade-off) 관계를 지니게 되므로, 그것의 실현에는 현실적 제약이 따른다. 게다가 논리적 극한까지 추구되면, 평등은 모든 사람들이 같은 유전자들을 지니고 같은 교육을 받고 같은 상태에서 살고 같은 양의 재산을 지닌 상태가 될 것이다. 이런 상태는 삶의 유래와 본질에 어긋난다.

물론 상속에서의 큰 차이를 되도록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 일은 삶의 본질인 유전적 및 문화적 상속을 되도록 방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일차적으로는 기회의 평등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차적으로는 상속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인 개인들을 돕는 사회안전망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런 본질적 결함 말고도, 상속세는 여러 가지 실제적 문제들을 안았다.

먼저, 상속세는 개인들의 일하려는 의욕을 저해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려고 열심히 일한다. 모은 재산의 큰 부분이 세금으로 나가면, 일할 의욕은 줄어들고, 그런 의욕 저하는 사회적으로 해롭다.

둘째, 상속세는 사람들의 경제 행태를 크게 왜곡시켜서 비효율을 부른다.

셋째, 기업들의 활동에 지장을 준다. 기업들의 소유자들은 상속세 때문에 경영권을 유지하기 힘들어서 주된 소유자가 죽을 때마다 기업은 어쩔 수 없이 흔들린다. 이런 폐단은 중소기업들에서 특히 심하다.

넷째, 상속세는 성공과 절약을 벌하고 낭비와 소비를 포상한다. 특히 나이 든 사람들이 죽기 직전에 재산을 빨리 쓰도록 해서 가장 나쁜 형태의 소비를 부추긴다.

다섯째, 이미 소득세를 낸 재산에 다시 세금을 매기므로, 상속세는 이중 과세다.

현실적으로 상속세는 세수에 비겨 관리 비용과 사회적 손실이 아주 큰 세금이다. 상속세가 총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OECD국가들에선 0.5%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그것에 드는 비용과 손실은 아주 크다.

상속세의 문제들이 이처럼 많고 중대하며 제도 자체가 비현실적이므로 근년에는 그것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졌다. 상속세에서 정당한 부분은 상속 재산을 통한 자본이득에 대한 세금이므로, 상속세 대신 자본이득세를 매기는 방안이 널리 추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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