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치러진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영역별 만점자가 1% 수준이 되도록 하겠다는 교육당국의 방침대로 대체적으로 쉽게 출제됐다.
이에 따라 쉬운 수능으로 상위권 변별력이 없어지고 대학의 학생선발과 고교의 진학지도에도 큰 고민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변별력 논란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만점자 1%를 맞추기 위해 고난도 문제들을 영역별로 1∼2개씩 넣었지만 최상위권 학생들도 이 문제들을 틀렸을 가능성이 많아 최상위권에서 동점자가 양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교육당국은 EBS연계율을 70%대로 내고 체감난이도도 비슷하도록 문제를 비틀지 않았다고 했지만 일부 문항에서는 EBS 연계문제도 어려운 부분에서 내고 EBS 비연계 문항에서 확실하게 어려운 문제를 몇개씩 포함했다.
언어는 연계 지문을 서로 다른 EBS 교재에서 둘 이상의 지문을 통합 재구성해 출제된 경우도 있었다.
또 비문학의 양자역학 지문과 비트겐슈타인의 논리 철학 논고 지문은 학생들이 꺼리는 성격의 지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입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EBS교재에 실린 지문이 많이 나왔지만 상위권을 변별하는 어려운 문제가 9월 모평보다 1~3문항 더 나온 것 같다는 반응이다.
수리의 경우 수험생과 학원가 모두 비연계 문항에서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외국어 영역의경우 EBS 연계문항 35개 중에서 무려 20개 문제가 수능완성이라는 EBS교재에서 나왔고 어려운 편에 속하는 고득점 330제 교재에서 몇개 문제가 연계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에 따라 최상위권 동점자가 속출해 진학지도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당국의 기본 입장은 수능을 무력화하고 다양한 전형요소를 반영해 학생들을 선발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또 수능 영역 하나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영역을 합산해 반영하며 영역별 가중치도 두기 때문에 충분히 변별력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두개 어려운 문제로 영역별 만점자 1%라는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최상위권의 변별력을 확보하는데는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이른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대학 입학정원은 약 1만200명이며 수시모집을 빼면 정시모집으로는 4200명을 뽑는다”며 “9월 모의평가에서도 언수외 3개 영역 모두 만점을 받은 학생은 55명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수능이 쉬워지면 수시모집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는 학생도 많을 것이기 때문에 상당수 지원자들이 수시모집에서 소화될 것”이라며 “다만 최상위권 학생은 작년보다 늘어날 것이므로 수능 성적 이외에 학생부, 교과성적도 고려해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