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들의 애환, 고민, 갈등을 대사속에 녹여내며 대학로 극단의 어두운 단면을 관객들 앞에 여실히 폭로한다. ‘리턴투햄릿’이 입소문나며 매 공연시 객석을 빼곡히 채울 수 잇었던 데는 탄탄한 시나리오, 장진 특유의 코미디가 녹아있는 연출력, 베테랑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극중 어려운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 캐릭터를 소화한 김원해는 사실 대학로 연극계에서 섭외 톱순위에 해당하는 배우다.
다양한 사투리 구사는 물론 자연스럽고 능청스런 연기, 페이소스 넘쳐나는 연기력으로 ‘리턴투햄릿’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들었다놨다 한다. 배우 김원해를 동승홀 아트센터에서 만났다.
먼저 피부에 관한 질문부터 했다. 주말에는 총 8번의 분장을 한다는 김원해는 리턴투햄릿 시작 3주만에 얼굴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단다. 이 정도면 상황이 심각한 화장독이 올랐던 것.
“의사 선생님이 당분간 연극은 쉬라고 했다. 하지만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피부질환 때문에 연극을 쉬는 것은 말도 안된다.”
뼛속까지 연극인의 정신이 베어있는 듯 했다. 극 ‘리턴투햄릿’은 사랑하는 아내가 죽은 상황에서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무대에 오르는 연극배우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는 “일반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그런 비슷한 일들은 이미 연극인들에게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극이 연극계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리턴투햄릿’은 우리 연극인들의 현실을 얘기하고 있다. 아깝지 않은 대사가 없다. 장진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연극은 우리자신에게, 동료들에게 그리고 연극판에 고하는 고해성사와 같은 작품이다.”
김원해는 이 연극은 연극인들의 삶의 축소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리턴투햄릿에서 울분섞인 대사다. 장진감독은 영화계에서 연극계로 복귀하며 그동안 품고 있었던 연극계에 대한 울분을 시원하게 토해내고자 했을까. 대사 하나하나가 배우들의 가슴을 파고 들었단다.
“배우들이 연습하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연극인들의 처우는 어느 정도일까.
김원해는 “한마디로 생태계 수준”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연극인들의 처우에 관한 것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거론이 되고 있지만 늘 제자리 걸음이다. 이 희곡은 13년전의 연극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틀, 대사 수정없이 올려도 손색이 없다. 제작비 마련도 어렵고 연극인들은 보험도 가입이 안된다. 출연료도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
연극인들이 안고 가야 하는 숙명이라고 하기에 너무 비참하지만 현실이라 설명하는 그의 표정은 씁쓸한 빛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연극인들이 연극계에 남아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간단하다.
“좋아서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거다.”
한편, 장진 감독이 극본과 연출을 맡은 ‘리턴투햄릿’은 연극 대중화를 목표로 지난 2004년 시작된 ‘연극열전’의 4번째 시리즈 개막작으로 지난해 12월 9일 첫 무대를 열었다. 오는 4월 8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홀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