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정부가 8일(현지시간) 발표한 주일 미군 재편 계획에서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속내가 드러났다.
미일 양국은 이날 공동 성명에서 미군 후텐마 기지 이전과 오키나와 미 해병대의 괌 이전을 분리해 해병대의 괌 이전을 먼저 추진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에 대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해 아시아 태평양 체제 강화를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고 전했다.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세력 확장이 우려되자 일본과 손잡고 확실히 견제하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미국은 미·일과 한·미 차원의 동맹을 맺고 아시아의 안정을 유지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중국이 군사력을 급속도로 강화하자 별도의 방어 태세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의 고위 관계자가 “중국의 미사일 기지와 가까운 오키나와에 미군을 집중시키면 유사 시 단숨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발언한 것도 이 같은 미국의 고민을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미군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새로운 거점을 신설키로 하고 오키나와보다 중국에서 더 멀리 떨어진 괌을 허브 기지로 삼고 주일 미 해병대를 이전키로 한 것이다.
오키나와 해병대를 호주, 필리핀 등으로 분산 배치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은 오키나와 해병대가 호주 등으로 이전할 경우 일본 주변에서의 위기에 즉시 대응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생기며, 이 때문에 일본의 역할 강화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본은 동중국해에서의 국방력 강화 등 당장 해야 할 일이 많지만 국방 예산의 추가 염출이 어려워 상황이 녹록지않다.
또 미국과 우방으로 지내는 한편 중국과의 소통 노력도 게을리할 수 없는 것이 일본의 입장이다.
일본은 중국과 전략적 호혜관계를 맺은만큼 미국의 독자적인 대중 정책 변화에 휘둘릴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작년 연말 국제교류기금과 중국 상하이일보가 공동 주최한 국제회의에서는 참가자들 사이에서 미국의 대중 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잇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번 주일 미군 재편을 계기로 대중 전략의 요충지인 난세이제도의 방위력 증강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난세이제도에는 중국과 일본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가 포함돼있다.
일본은 작년 10월말과 11월초에 걸쳐 난세이제도에서 군사훈련을 실시, 일본의 위협으로 급부상한 중국을 타깃으로 방위 전략을 수정했다.
일본은 주일 미군의 일부 이전과 함께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자국의 역할이 확대된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미국과의 동맹 관계에서 한층 더 저자세를 견지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