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테리스 파리부스(ceteris paribus)’ 즉,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보다 많은 참가비를 지불한 투자자의 기대 수익률이 높아야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무자본 M&A’는 게임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고 대박을 쫓는 기업 사냥의 일종으로 시장 교란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사채를 동원해 회사를 사들인 뒤 여러 방법을 동원해 돈을 빼내가는 방식인데 온갖 불법이 자행돼 금융당국이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일반투자자들은 주가 급락에 따른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고 오직 M&A 주체와 사채업자들만이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구조다.
보통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기업을 인수하는데 빌린 자금을 증자대금으로 납부한 뒤 전액 인출, 대출업자에게 상환한다. 이후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대표이사나 경영지배인을 선임해 마음대로 회사 자금을 인출한다.
자기자본 없이도 변호사, 회계사 등 몇몇 전문가와 금융지식, 그리고 배짱(?)만 있으면 막대한 부를 거머쥘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매력적(?)이다.
재무구조가 취약하고 부실해진 기업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M&A를 고려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이다. 하지만 신규자금으로 정상화를 시켜야 하는 부실기업을 상대로 진행되는 무자본 M&A는 해당 기업을 한계 상황은 물론 결국은 상장폐지 절차에 몰아넣기도 한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부분 횡령·배임을 통해 회사 자금을 빼돌리는 경우가 많은데 관련 조회공시를 요구받은 기업 97%는 이를 인정했고, 절반 가까운 기업들은 수개월 내에 상장폐지 됐다는 통계는 가히 충격적이다.
무자본M&A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주목되는 점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자금 출처다. ‘대한민국 사금융 1번지’, ‘어음할인(속칭 와리깡)의 메카'로 불리는 명동인데 상당수가 최근 신흥 세력으로 급부상한 ‘아줌마 사채군단’ 자금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대부분은 ‘달러 아줌마’로 시작해 일정수준의 부를 축적한 이후 진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에는 상장사 대출은 물론 무자본M&A 자금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영업방식 역시 남다른데, 가장 눈에 띄는 점이 요구 담보 비율. 과거에는 150% 수준이면 대출이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200% 이상의 담보를 요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감사보고서 제출기한 등 상장폐지의 위험성이 있는 기간에는 아예 ‘부르는 게 값’이다.
기업 입장에야 회사의 생사가 걸릴 사안인 만큼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상상할 수 없는 이자를 받아들인다.
주가 하락으로 담보비율이 일정 수준을 밑돌게 되면 담보물을 가차 없이 시장에 내놓는 명동의 불문율 역시 한층 강화되는 추세라고 한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기업인수, 증권발행 등과 관련된 부정거래’를 중점 조사대상으로 선정, 집중 단속을 천명한 점은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스런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