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가 12일(현지시간) 올해 세계 무역 증가율이 3.7%로 예년 평균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WTO는 이날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유럽의 재정위기를 비롯한 여러 부정적 요인들로 인해 무역 증가율이 작년보다도 더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WTO가 집계한 지난해 세계 무역액은 총 18조200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증가율은 2010년 13.8%에서 지난해에는 5%로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의 증가율 추락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 위기·미국 채무 우려·일본의 대지진과 원전 참사 충격·중동 산유국들의 정치적 소요 지속으로 인한 유가 상승 등에 의한 것으로 WTO는 분석했다.
WTO는 당초 지난해 초 지난해 무역 증가율을 6.5%로 예상한 이후 9월에 5.8%로 낮췄으나 실제 최종 집계는 더 떨어졌다.
WTO는 이에 대해 유럽의 재정위기 심화 등으로 인해 지난해 4분기 이후 세계 경제가 동력을 상실했다고 진단했다.
올해의 경우 유로존 경기 침체 심화 등 위험 요소가 더욱 많고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무역증가율은 3.7%로 지난 20년 간 평균치인 5.4%를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전망치는 세계 경제가 2.1% 성장하는 것을 전제로 작성됐다.
선진국의 수출 증가율은 작년 4.7%에서 올해 2%로 낮아지는 반면 러시아를 포함한 개발도상국의 수출은 5.4%에서 5.6%로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은 “지난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로 국제 무역이 큰타격을 받은 지 3년정도 지났으나 세계 경제와 무역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라고 말했다.
라미 총장은 “올해 무역 성장률이 더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히 하방 리스크가 높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아직 숲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WTO는 그동안 경제적 민족주의(보호무역주의)를 저지하려 해왔으나 무역 성장세가 크게 둔화됨으로써 각국의 지속적인 무역 규제 정책으로 인해 점차 무역 개방의 혜택이 손상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WTO는 내년에는 상황이 조금 나아져 무역이 5.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WTO가 1년 앞서 다음해 전망치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