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부터 시행된 0~2세 영유아 무상보육사업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전국 시·도지사협의회가 무상보육 추가 지방재정 부담분을 추경예산에 편성하지 않기로 의결하면서 대부분 지자체의 무상보육은 오는 6~7월께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0~2세 자녀를 둔 부모들은 보육료 지원이 중단될지 모른다는 소식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들 부모들의 정부에 대한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선심공약에 반기 든 지자체 = 전국 시·도지사협의회는 19일 실무협의회를 열고 무상보육 확대로 인한 추가 지방재정 부담분의 추경을 편성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중앙정부와 국회가 지난해 12월 31일 지방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무상보육을 확대했다”며 “재원의 40∼50%는 지방정부가 마련해야 하는데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0~2세 영유아 무상보육은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올해 3월부터 전면 시행됐다. 지난해 국회는 0~2세 전면 무상보육을 결정하면서 관련 예산을 3698억원 늘렸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와 반반씩 보육예산을 분담해야 하는 지자체는 부담을 안게 됐다. 지자체가 올해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무상보육 예산은 3422억원이다.
협의회는 “국회와 중앙정부가 무상보육 확대를 결정한 만큼 이에 따른 재원도 직접 마련해야지 지방정부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며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일방적으로 재정 부담을 전가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상보육 확대로 늘어나는 신규 보육 수요자까지 감안하면 예산 부담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부모들 혼란 “정부 정책이 뭐 이래?” = 0~2세 자녀를 둔 많은 부모들은 맞벌이와 외벌이 모두 걱정이 앞선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들 중에는 정부의 정책 발표만 믿고 둘째나 셋째를 갖게 된 부부도 있다.
네이버 카페 ‘파주맘’에서 ‘아임잇걸’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여성은 “지원 확정된 게 얼마나 됐다고 이런 일이. 정말 화가 난다”며 “좀 있으면 둘째 나오는데 애를 낳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정부가 왜 그 모양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5개월 된 아이를 둔 강주은(31·여)씨는 “정부의 복지정책 자체에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뉴스를 듣고 너무 화가 났다”며 “적어도 정부 정책이면 내 놓을 때 이미 만반의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들의 불만도 높다. 출산 전까지 다니던 직장에 최근 복귀한 ‘워킹맘’ 박문주(27)씨는 “사정이 여유로운 것도 아니고 당장 아이 맡길 곳부터 알아봐야 하는데 시댁과 친정집 둘 다 멀다”며 “지금으로서는 상황변화를 보고 있지만 지원이 끊겼을 때 대책은 없어 막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