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독일은 18세기부터 이민의 역사가 시작됐다. 오랜 이민 역사에도 두 국가는 여전히 다문화사회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이주민들과 원주민들의 문화, 경제, 종교적 갈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두 국가의 세부 정책과 주요 추진 방향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이민자들이 현지 시민으로 적응하도록 언어와 문화교육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 독일어 교육과 정보 제공이 다문화 정책의 핵심인 독일= 독일은 유럽 내 외국인 등록자 수가 1위인 국가다. 독일 인구 중 약 19%(1530만명)가 외국인이거나 이주배경을 갖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2000년 ‘새로운 시민법’ 도입 전까지 독일사회 내 외국인(이민자) 통합은 사회적, 문화적, 법적으로 거부됐다. 그럼에도 독일의 다문화 정책은 두 가지 측면에서 성공적인 평가를 받는다.
독일 내 장기거주하며 체류허가를 받은 모든 외국인은 반드시 통합강좌(오리엔테이션, 언어강좌)를 이수해야 한다. 통합강좌는 독일에 거주하는 모든 외국인, 독일혈통 외국인, EU 소속 국민에게 공통적으로 제공되는 언어강좌로 총 900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독일어 구사 능력은 이주민이 독일사회에서 적응하기 위한 중요 요소로 꼽힌다.
박채복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독일어 능력은 독일 내 교육 및 노동시장 참여를 위해 필수적인 조건으로 여겨지며, 언어강좌 이수는 독일에 장기적으로 체류하려는 자에게 있어 의무적으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오리엔테이션 강좌는 독일의 법질서, 문화, 역사 등에 대한 기본적 지식 교육이다. 총 45시간의 수업 동안 △독일연방 역사 △기본법 및 국민의 의무 △유럽사회적 시장경제 △유럽의 통합 △독일의 이민사 및 인간의 이해 △종교적 다양성 △문화의 다양성 등에 대해 이주민이 직접 선택해 듣는다. 수업은 독일어로 제공되며 수업 수강 이후 필기 혹은 구술시험을 쳐야 한다.
독일정부가 이주민과 독일주민의 통합을 해 강조하는 것은 정보제공이다. 독일로 이주하는 이주민들에게 연방정부, 주정부, 지역사회 내 통합정책및 자원, 서비스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현재 독일의 연방이민난민국에 의해 관리된다. 리플렛 및 책자와 같은 다양한 출판물이 매년 제공되고 있으며 그 내용으로는 독일의 공공교통시설이용, 공공기관이용, 재정적 지원, 학교 및 직업 소개, 언어교육 소개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지식이 있다.
특히 공교육제도에서 인종과 종교 등 개인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평등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이슬람계 여성 이민자들이 학교에서 히잡을 쓰지 못하도록 법을 만든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다.
한승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프랑스의 경우 교육은 이주민 통합을 위한 강력한 다문화 정책 중 하나”라며 “외국인 이민자가 증가하면서 사회 통합을 위해 이주 아동·청소년과 이주민 가정 출신의 아동·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화주의 정책은 2005년의 소요사태를 계기로 전면 재검토된다. 2005년 10월 27일 프랑스 파리의 한 교외지역에서 검찰심문을 피해 달아나던 아랍계 청년들이 감전사하자 이주민 2.3세들을 중심으로 30일 동안 247개 도시에서 방화 및 건물파괴, 차량 소실 등 폭동이 일어나 국제적으로 이슈가 됐다.
한 연구원은 “이 사건을 계기로 ‘평등’과 ‘통합’을 추진했던 프랑스정부의 ‘동화주의’ 정책이 실패했다는 비판이 일어났으며 이주민과 외국인 입국에 대한 프랑스정부의 입장이 폐쇄적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