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잠실벌이 코요태, 쿨, DJ DOC 노래로 들썩였다. 싸이 콘서트장의 모습이다. 요즘 가장 핫(hot)하다는 싸이도 그보다 핫한 90년대 복고를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같은 날 서울 방이동에서는 실제 코요태, 쿨, DJ DOC, 구준엽, R.ef 등 90년대를 풍미했던 댄스가수들이 모여 ‘청춘나이트 콘서트’를 가졌다. 서울의 밤이 1990년대로 회기한 날이었다. 이날의 서울 밤이 상징하는 것은 최근 불고 있는 90년대 복고 열풍이다.
90년대 복고 열풍은 음악 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에 걸쳐 문화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올해 3월 개봉한 ‘건축학개론’은 CD플레이어로 듣는 ‘기억의 습작’, 삐삐, 무스, PC통신 등으로 90년대 학번의 첫사랑 향수를 자극했다. 1990년대 대학생활을 보낸 30~40대의 정서를 관통한 ‘건축학개론’은 한국 멜로 영화사상 최다 관객수인 410만명을 동원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 이변의 원동력은 바로 1990년대의 복고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가요, 영화, 드라마에 이어 뮤지컬도 90년대 복고 열풍에 합류했다. 올해 6월에 초연한 뮤지컬 ‘전국노래자랑’은 9월까지 대학로로 3~40대를 불러 모을 예정이다. 뮤지컬 ‘전국노래자랑’은 현진영, 김원준, 솔리드, 터보의 인기곡으로 구성된 국내작이다.
90년대 복고 열풍은 이미 대중문화 뿐 아니라 시장에서도 큰 마켓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홍대 일대를 시작으로 가요리믹스주점과 음악다방 등이 강남, 대학로, 신림 등으로 확산해 나가는 추세다.
90년대 복고 문화가 왜 이처럼 빠르게 대중문화 전반을 지배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X세대, 오렌지세대로 불리운 90년대에 10~20대 젊은 시절을 보낸 이들은 다양한 대중문화를 기성세대와 다르게 소비해왔고, 그것을 어떻게 향유하는지 알고 있다. 어릴 때부터 문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해온 세대가 경제적, 사회적으로 안정을 이루며 대중문화의 본격적인 소비의 주체로 떠올랐다. 이들을 소비층으로 끌어들이려는 대중문화 제작자들의 다양한 시도들이 90년대 복고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90년대 복고의 대중문화 상품화는 30~40대들에게는 젊은날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고 10~20대에는 새로운 문화의 기제로 받아들여지면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점차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90년대 복고 열풍에 아쉬운 점도 있다. 요즘 대중문화를 강타하고 있는 90년대 복고는 2012년 오늘의 의미를 담보한 살아있는 90년대가 아닌 단순히 박제된 90년대 풍광과 인물만을 현시하는 것들이 적지 않은 것은 개선돼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