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낭만 가득한 야외 오페라…주옥같은 아리아 감동의 물결 '라보엠'

입력 2012-09-0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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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규의 완벽한 무대매너 관객 탄성…2색 사랑이야기·아름다운 선율 조화

태풍 영향으로 두 차례나 순연된 ‘라보엠’이 지난 9월 1~2일 서울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57만원 이라는 고가의 티켓 가격, 공연 축소, 티켓 덤핑 판매 등 비난과 논란 속에서도 한여름 밤 야외에서 펼쳐진 ‘라보엠’은 낭만 그 자체였다. 저녁이 되자 선선한 바람 속에서 듣는 야외 오페라의 매력이 관객을 사로잡았다. 공연 기획사 에이디엘은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이 유럽 유수의 야외 공연장과 같은 원형 극장 형태를 갖추고 있고 지리상 외부 소음으로부터 단절되어 이번 공연 장소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아름다운 선율의 아리아를 열창한 게오르규와 그리골로. ⓒ에이디엘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은 1830년대 파리 뒷골목을 배경으로 한 가난한 시인 로돌포와 아름다운 여인 미미의 사랑 이야기다. 진부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유는 관객의 감각과 감성을 다각도로 건드리는 독특한 매력 때문이다. ‘라보엠’의 많은 곡들은 교차 편집처럼 하나의 곡 안에 두 가지의 선율을 진행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두 개 이상의 폭 넓은 선율들이 서로 다른 리듬을 타고 흐르는 셈이다. 음악뿐만 아니라 플롯도 두 갈래로 뻗어나간다. 로돌포와 미미의 슬픈 사랑이야기와 마르첼로와 무제타의 변덕스런 사랑이야기가 병렬적으로 배치되면서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무대는 이동통로로 활용되는 문이 각 막마다 분위기에 맞춰 적절히 옮겨져 다양한 동선을 창출했으며 음악과 플롯의 구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효과를 보였다.

태풍 영향으로 공연이 축소됨에 따라 소프라노 피오렌자 체돌린스와 테너 마르첼로 조르다니의 공연을 볼 수 없게 됐다. 일부 관객들은 표를 환불 받거나 다음 공연을 재구매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이번 공연은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미미)와 테너 비토리오 그리골로(로돌포)의 무대로 진행됐다. 게오르규는 자연스러운 동작과 무대 매너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부드러운 음성과 세심한 미성으로 ‘내 이름은 미미’ 등 주옥같은 아리아를 선보였다. 그리골로는 구애의 아리아 ‘그대의 찬 손’을 불러 진가를 발휘했다. 두 주인공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야외무대의 어수선한 관객 분위기는 극 몰입도를 방해했다.

▲ⓒ에이디엘
2003년 처음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야외 오페라 ‘투란도트’가 선보여졌다. 같은 해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아이다’가 공연됐다. 이듬해 ‘카르멘’과 ‘피가로의 결혼’으로 이어졌지만 야외 무대를 즐기는 관객 태도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음식물 섭취, 전화 통화 등 공연 중 지켜야할 기본적인 에티켓을 지키지 않았다. 이번 공연 역시 6000명이 넘는 관람객의 소음이 극 몰입도를 방해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 음향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기획 당시 약속한 것과 달리 마이크와 스피커를 사용해 청명한 소리를 들려주지 못했다는 평이다. 반면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지휘자 정명훈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연주를 선사해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공연 자체는 무사히 끝났지만 공연 시작 시간이 지연되고 조명이 동선을 따라잡지 못하는 등 공연 진행과 기술적인 문제도 공연의 완성도를 떨어뜨렸다. 야외 공연의 변수를 고려해 관객보호 대책을 마련하는 대처방법도 미비했다. 난산 끝에 막을 내린 ‘라보엠’을 시작으로 앞으로 열리게 될 야외 오페라는 단발성 이벤트 형식이 아닌 새로운 경쟁력있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기위해 그동안 드러난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과제를 안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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