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그룹이 공개적으로 매입의사를 밝혔던 ‘한라공조 인수’가 걸림돌에 직면했다. 한라공조를 거느린 미국계 자동차 부품사 ‘비스티온’이 전세계 공조관련 생산·법인 및 R&D 센터를 한라공조에 합병시키면서 매수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20일 관련업계와 한라그룹에 따르면 비스티온은 전세계 15개국의 공조관련 부품사업을 한라공조가 합병하는 방식으로 재편해 몸집을 키웠다.
비스티온은 한라공조를 공개매수 한 후 상장폐지를 시도했었다. 그러나 한라공조의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이 이를 반대하면서 매각을 실패했다. 비스티온이 한라공조의 몸집을 더욱 키운것은 한라그룹이 이를 인수하려면 더 비싼 값을 지불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비스티온은 회사의 3개 축인 공조, 전장, 인테리어 사업부를 분할하고 한라공조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재편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배구조 재편은 내년 1분기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포드의 자회사로 출발한 비스티온은 세계 2위 차량용 공조장치 회사다. 세계 1위 일본의 덴소(점유율 23%)에 이어 10% 수준이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비스티온은 외환위기 때 벼랑끝으로 몰린 한라공조를 사들였다. 현대 전체 지분의 69.99% 보유한 대주주이기도 하다.
비스티온 공조시스템의 최대 고객은 한국의 현대·기아차다. 지난해 매출은 80억 4700만달러 가운데 26%가 현대차그룹에서 나왔다.
현재 비스티온이 보유하고 있는 한라공조 영업이익률은 8~9% 에 달한다. 비스티온 전체의 공조사업부 영업이익률은 이보다 낮은 6% 안팎이다. 때문에 부실자산과 한라공조를 합병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한라공조 관계자는 “글로벌 공조기업으로서 확실한 자리 매김을 할 수 있는 기회”라며 “공조부문 합병을 통한 유무형의 시너지 효과와 고품질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게됐다”고 전했다.
반면 관련업계에서는 “15개 공조부문이 통합되면 경쟁력은 높아졌지만 매입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갈 것”이라며 한라그룹의 한라공조 매입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