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성공은 한국 부유층의 급격한 성장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반영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현지시간) 분석했다.
한국의 강남지역 거주자들의 삶이 화려해질수록 더 많은 한국인들이 극소수에게만 유리한 경제시스템에 불만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FT의 아시아 지역 편집인 데이비드 필링은 이날 ‘부유한 한국, 존재론적 불안에 빠지다’라는 제목의 논평기사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인기를 얻은 사실에 주목하고 한국의 경제적 불평등을 지적했다.
필링은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성장’을 주창한 주요20국(G20) 정상회담을 예로 들어 이명박 정부가 국제무대에서 보여주기식 쇼에 능숙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국내의 사회·경제적 사안을 돌보지 않고 방치했다”는 연세대 존 딜러리 교수의 발언과 함께 한국인이 겪고 있는 고된 현실을 소개했다.
한국 재벌이 돈을 쓸어담고 있는 가운데 격무에 시달리는 한국 노동자들은 각종 경제·사회적 압박까지 받아야 한다는게 필링의 주장이다.
재벌로 인해 납품업체들과 중소 기업은 파산하고 있다고 FT는 진단했다.
FT는 최근 한국의 자살률이 급격히 상승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최근 10년간 자살률은 두 배로 뛰었다.
출산률은 한 명당 1.23명에 그치는 등 일본의 1.4명에도 못미치고 있다.
FT는 한국인의 출산률이 낮은 이유로 자녀 교육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최근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의 돌풍도 기존질서에 비판적인 국민 정서에 근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들에게 사회 부유층에 대한 불만이 퍼지면서 유권자들이 기존 정당의 대선후보 대신 검증되지 않은 사업가 출신 후보를 지지한다는게 필링의 분석이다.
필링은 한국이 민주적 정당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한국이 지난 1987년 군사독재 체제를 종식시킨 이후 아시아에서 가장 건실한 민주주의 국가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필링 편집장은 “시끄러운 대선정국도 결국 정치 시스템이 유권자의 뜻에 따라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한국이 민주적인 정치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인들이 어두운 사회 분위기를 잠시 잊을 만한 이유가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