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가장 큰 이유는 공교롭게도 3D 자체의 문제가 아닌 콘텐츠의 부재다. 지난해 100억 원이 투입돼 기록적인 참패를 맛본 ‘7광구’의 실패가 발단이 됐다. 당시 ‘7광구’는 언론시사회 직전까지 3D 컨버팅(변환) 작업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로 상영돼 악평을 받았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콘텐츠 자체의 만듦새였다. 3D에 적합한 스토리의 소스가 부족하단 지적이 나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창의인력양성팀 주봉현 차장은 “‘7광구’를 기점으로 국내 3D 대세론이 꺾인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그렇다면 문제가 3D의 미진한 완성도였냐는 질문이 나올텐데 그것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아바타’를 2D로 찍었다고 해도 지금의 결과에 버금가는 흥행이 가능했다는 것. 그는 단순한 입체감이 아닌 러닝타임 동안 3D를 느낄 수 있는 중요 순간에 포인트를 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차장은 “3D는 양념이다. 2D로도 재미있는 영화라면 3D란 효과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스토리 소스와 함께 국내 시장 자체가 한국산 3D를 받아 들일 준비가 안됐단 시각도 있다. ‘7광구’를 제작하고 최근 3D영화 ‘템플스테이’를 준비 중인 윤제균 감독은 투자 유치가 힘든 점을 한국형 3D영화의 어려운 이유로 꼽았다.
그는 ‘7광구’ 개봉 전 가진 한 토론회에 참석해 “2D보다 3D가 프로덕션 진행비에서 30% 이상 많이 들어간다”면서 “이런 상황을 투자자들이 겁내고 있다. 손익분기점(BEP)을 맞출려면 제작비를 내려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제작 자체가 불가능해 진다”고 말했다.
윤 감독의 말 자체는 국내 시장 규모 상 태생적으로 대규모 제작비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 3D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대변한다. 이 같은 시각은 국내산 3D 흥행작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시금 ‘7광구’로 시선이 옮겨진다.
이 점은 바꿔 해석하면 전체적인 기반 부족이란 말이다. 현재 3D 제작의 핵심은 ‘스테레오 그래퍼’란 전문 스태프의 역량에 따라 좌우된다. 3D영화는 ‘리그’란 장치로 연결된 두 대의 영화 카메라로 촬영 된다. 이렇게 촬영된 두 개의 화면을 통해 원근감을 조절해 입체를 살리는 작업을 하는 스태프가 바로 ‘스테레오 그래퍼’다.
3D 초단편영화 ‘27년 후’로 미국 LA 3D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 대상인 심사위원 그랜드 프라이즈(THE JURY GRAND PRIZE)를 받은 신태라 감독은 “국내에서 숙련된 스테레오 그래퍼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면서 “작품 당 제작사에서 연수를 보내 기술을 습득해 오는 정도로 수요 인력을 충당하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유일한 3D 영화인 ‘7광구’ 역시 전문 스트레오 그래퍼가 참여하지는 않았다. 2D로 촬영된 필름을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3D로 변환했다. 물론 이 역시 비용 면에서 만만치 않은 금액이 든다. 할리우드 영화 ‘타이타닉’의 3D 변환은 총 1000억원의 비용과 제작기간 만 2년이 넘게 걸렸다.
현재 한국형 3D 영화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은 아니다. 내년 초 개봉 예정인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고’가 있다. 당초 올 여름 개봉 예정이었지만 보다 완벽한 3D 구현을 위해 제작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서극 감독의 3D영화 ‘용문비갑’의 스테레오 그래퍼를 영입해 문제점을 해결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형 3D 영화의 실종이 단순한 침체기에서 도약기로 넘어갈 수 있는 가능성은 결국 한국영화 자체의 자생력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