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12월 대선을 앞두고 탈자본주의적 성향의 정책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여야 대선후보 진영의 반시장적 공약은 빠르게 여론 속으로 흡수되고 있다. 이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우리 사회가 경제민주화를 시대적 요구로 받아들이면서 나타난 불가피한 현상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 대선 득표를 의식한 정치권은 스스로 탈자본주의적 행보에 앞장 서고 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대선 후보들의 정책공약이 사회주의적 색채가 뚜렷하다는 것. 이 같은 경향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오히려 정부까지 가세하고 있다.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는 지난 4일 재벌총수 등 경제범죄에 대해 국민참여재판 의무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경제범죄에 대해 피고인 의사와 관계없이 국민참여재판이 이뤄지도록 ‘국민의 형사재판참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권력의 남용에 대해 국민의 감시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취지지만, 여론 재판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 여야는 재벌 총수들의 연봉 공개도 추진하고 있다. 경영의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등기임원의 급여를 개인별로 공개하고 산정 기준과 방법까지 설명하도록 의무화한다는 것이지만, 사회적 압력을 내세워 연봉의 수준을 낮추겠다는 발상이다.
정부도 다음달 1일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을 통해 경제·사회적 약자들이 참여하는 협동조합 설립을 허용키로 했다. 협동조합은 상법상 영리법인과 민법상 비영리법인의 중간 형태로 시장과 정부가 실패한 분야의 대안 경제체제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기존의 ‘1주 1표, 투자자 중심’인 주식회사와 달리 ‘1인 1표, 이용자 중심’으로 공동소유를 특징으로 한다.
그러나 이 같은 공약과 정책들은 한결같이 자본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민참여재판은 인민재판을 연상케 하고, 재벌총수의 연봉 공개는 재산공개 의무가 없는 재벌총수의 사적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협동조합기본법은 사회주의 국가의 협동농장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국가가 자신의 힘으로 힘겹게 가난과 싸우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국가의 과제”라면서 “그러나 이것이 지나치면 ‘사회주의적 인간’의 양산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송원근 선임연구위원도 “경제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에 있어서 그 사회의 지배적인 이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좌파적 이념이 확산될 경우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는 재분배정책이 대규모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명제가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