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헤지펀드가 중위험·중수익 대표상품으로 부각돼 그동안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기관투자자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도 지난 6일 헤지펀드 진입 요건 완화 방안을 발표하며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은 수탁고 기준을 10조원 이상에서 1조원으로 낮췄다. 또 증권사들의 자기자본과 투자자문사의 투자일임 수탁액 기준도 5000억원과 2500억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신규 진입 금융사와 기존 운용사가 헤지펀드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격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중소형운용사 낮아진 진입장벽… 속속 진출 앞둬
헤지펀드 규제완화로 진입장벽이 낮아짐에 따라 중소형운용사들도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트러스톤, 하이자산운용, 코스모자산운용 등 중소형운용사들이 헤지펀드 진출을 확정 짓거나 검토중이다.
현재 롱숏전략으로 아시아 헤지펀드 시장에서 수익률 10위권에 드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롱숏전략 1개를 출시할 방침이다. 롱숏이란 저평가 된 주식을 산 후 고평가 된 주식을 팔아 이익을 극대화 하는 방법.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싱가포르 현지법인을 통해 지난 2008년 4월부터 한국 주식에 롱숏으로 투자하는‘다이나믹코리아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이 펀드는 지난 9월 현재 수익률이 최근 3년간 연평균 15%로 아시아 신흥국에 투자하는 헤지펀드 중 10위를 기록했다.
이규호 트러스톤자산운용 리테일마케팅 팀장은 “싱가포르 현지에서 6년 이상 운용중인 당사의 롱숏펀드와 유사한 방식의 국내형 롱숏 펀드 출시를 준비중”이라며 “롱숏 전략은 운용 경험과 과거 성과가 중요한만큼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밝혔다.
하이자산운용 역시 헤지펀드 관련 인력을 충원하고 이르면 이달 중으로 금융위에 헤지펀드 신상품 인가 신청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배재훈 하이자산운용 헤지펀드 팀장은 “지난 21일 금융공학본부 내에 헤지펀드팀을 만들고 헤지펀드 신상품 전략을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자문사에서 운용사로 변신한 코스모자산운용 역시 헤지펀드 인력을 갖추고 내년도 시황에 적합한 헤지펀드 전략 짜기에 한창이다.
KDB대우증권과 대신증권도 금융당국에 헤지펀드 전문 운용사 신규 설립에 대한 인가 신청을 제출하고 최종 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 기존 운용사들 “긴 호흡으로 운용능력 재정비”
한편 기존 헤지펀드 진입 운용사들은 긴 호흡으로 기존 펀드의 운용능력을 재정비 할 계획이다.
헤지펀드 특성상 3년 이상의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하는 만큼 단기 성과에 크게 연연치 않겠다는 분위기다.
강신우 한화자산운용 대표는 “올 초부터 헤지펀드 매니저들을 신규 채용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익률 제고에도 신경쓰고 있다”며 “내년부터 신규 진입 운용사들과 진검 승부를 펼쳐야 하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들 대상의 헤지펀드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진재욱 하나UBS자산운용 대표는 “헤지펀드에 대한 기관들의 수요가 서서히 증가하고 있는 데다 낮은 시중 금리 때문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발판으로 헤지펀드 사업을 확장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운용사들은 기존 롱숏 일색 전략에서 벗어나 새 전략의 신상품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연간 수익률 면에서 최상위권을 기록중인 삼성자산운용은 채권과 퀀트(금융공학)를 기반으로 한 신규 상품을 조만간 출시한다.
우리자산운용도 롱숏 전략을 기본으로 하면서 내년 증시 상황에 맞는 새 전략을 짜고 있다. 우리자산운용 측은 “내년 상반기에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는 방안을 현재 논의중”이라며 “채권 차익거래 전략을 주로 활용하는 상품을 구상중인데, 구체적인 세부전략은 내부 논의를 거쳐 내년에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KDB산은자산운용은 외국계 헤지펀드사에서 경험을 쌓은 데이비드전 운용 대표를 앞세워 내년에는 헤지펀드 운용에서도 두각을 보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