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프리보드] 코스피·코스닥 퇴출기업 피난처 인식… 무관심·외면 ‘식물시장’

입력 2013-01-1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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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못하는 프리보드

프리보드 시장이 고사 위기에 놓였다. 초라한 성적에 영세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공개적인 자금 조달 기회를 제공한다는 개설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여기에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이 성장 단계에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코넥스(KONEX) 시장의 개설을 공식화하고 있어 진퇴양난에 빠졌다.

◇‘식물시장’으로 전락한 프리보드 = 프리보드 시장은 정보기술(IT) 붐이 한창이던 지난 2000년 3월 27일 한국증권업협회(현 금융투자협회)가 ‘장외주식 호가 중개시장’인 제3시장을 개설한 것이 그 모태다. 장외주식 호가 중개시장은 성장성이 있는 벤처기업과 영세 중소기업 등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되지 못한 기업들에 주식 매매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이후 2005년 초 통합거래소(한국거래소)가 출범하면서 장외주식 호가 중개시스템은 한국증권업협회가 전담하게 됐다. 2005년 7월에는 그 명칭을 프리보드로 변경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프리보드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신생 벤처기업에 원활한 유동성을 공급해주고, 투자자에게는 다양한 투자 대상을 제공하는 ‘윈윈’ 시장이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코스피·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된 부실기업의 피난처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급속히 시장이 위축됐다. 2009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금융투자협회가 출범했지만 프리보드는 무관심과 외면 속에서 현재 ‘식물시장’으로 전락했다.

15일 금투협에 따르면 2007년 1억7000만원이었던 프리보드의 일 평균 거래액은 지난해 1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2조1300억원의 일 평균 거래대금을 기록한 코스닥시장과는 비교조차 하기 힘들다. 코스닥시장의 지난해 일 평균 거래액은 2011년의 2조3000억원보다 5.4% 줄어든 것으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에 불과했다.

2010년 34만9000주였던 일 평균 거래량도 지난해 14만5000주로 줄었다. 고사 상태에 처한 시장에 기업들도 속속 프리보드를 떠나거나, 거래량 부진으로 프리보드 기업에서 지정 해제되고 있다. 2010년 말 71개였던 상장기업 수는 지난해 말 52개로 감소했다. 2008년 말 5조7400억원까지 올라갔던 프리보드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5900억원으로 급감했다. 금투협은 전산 운용비 4억원을 포함, 매년 10억원씩 운영적자를 내고 있다.

◇코넥스 설립 추진에 수렁으로 = 보다 못한 금투협은 프리보드에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책을 금융당국에 건의했다. 하지만 결과는 엉뚱하게 나타났다. 금융위원회가 프리보드의 체질 개선에 나서는 대신 새로운 중기벤처 전문 주식거래시장인 코넥스의 설립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재무 요건에 미달하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코넥스에서 키워 코스닥으로 이전시킴으로써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유가증권 발행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의 특성을 고려해 중소형 증권사를 ‘지정 자문인’으로 하고, 일반개인은 코넥스 상장사에 펀드를 통해서만 투자할 수 있게 하는 등 구체적 방안도 내놨다.

금융당국은 코넥스의 지난해 개장을 목표로 추진했지만 정치권에서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미뤄졌다. 그러나 김석동 금융위원장이나 김봉수 거래소 이사장이 코넥스의 조속한 개장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어 프리보드는 방향을 잡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넥스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져야 프리보드가 운용 방식의 변경이나 폐쇄 등 향후 시장의 방향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같은 개념으로 운용되는 시장이 두 개나 있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느 나라나 중소 종목 대상 장외시장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프리보드가 성공적인 운영은 못 했지만, 일반투자자가 얼마만큼 쉽게 장외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육성하느냐 하는 본질은 같다”며 “거래소 종목에 대한 투자도 ‘투기’로 몰아가는 투자 문화에서는 건전한 장외시장이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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