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에서 성균관대 출신 인사들의 대약진이 눈에 띈다.
지금까지 발표된 내각과 청와대 인선 30명 중 성대 출신은 모두 7명으로, 서울대(10명) 다음으로 많아 또 다른 쏠림현상이 일고 있다는 지적이다.
내각에선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황교안 법무장관 내정자가, 청와대에서는 허태열 비서실장 내정자와 4명의 수석비서관 내정자 등 인선된 5명이 모두 성대를 졸업했다.
나머지 13명 중에는 육군사관학교가 3명, 연세대학교가 2명이며, 이명박 정부에서 득세했던 고려대학교 출신은 단 1명 만이 발탁됐다. 이 밖에 부산여자대학교, 영남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한양대학교, 존스홉킨스대학교, 동국대학교, 서강대학교가 1명씩 배출했다.
이 때문에 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출신이 국정을 장악했던 시절은 떠나갔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를 꾀하면서 현 정부 요직을 독차지했던 고대 출신과 한때 잘 나가던 연대 출신들은 쇠락의 길을 면치 못하는 분위기다.
박 당선인 비서실 측은 “첫 청와대 인선에서 4명 모두가 성대 출신이 된 건 의도한 게 아니라 우연의 일치였다”면서도 “출신 학교 역시 탕평 차원에서 특정 명문대에서만 찾지 않고 각계 의견을 듣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핵심인 안종범 의원, 청와대 비서실장에 내정된 허태열 전 의원 등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안 전 의원은 박 당선인이 전문성 있는 내각을 원함에 따라 몇몇 인사를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또 허 전 의원은 박 당선인과는 언제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이라는 점에서 이런 얘기가 돈다.
그러나 새누리당 친박근혜계 한 중진 의원은 “안 의원은 초선으로 인사에 깊이 개입할 여지가 적고, 허 전 의원의 경우 본인이 인선 물망에 올라 있었기 때문에 입김을 넣을 처지가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이런 가운데 서강대 출신 인사들 사이에선 박 당선인의 모교라는 이유로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박 당선인이 현 정부의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인사를 비판해 온 만큼 서강대 인맥 기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인선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서강대 한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고소영’ 내각에 대한 비판여론이 많았던 것을 의식해 서강대 출신들이 오히려 역차별 당한 듯한 분위기”라고 토로하는 동시에 “박근혜 정부 5년 동안 중용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기대감도 드러냈다.
한편 정치권에선 박근혜 정부 인선을 두고 ‘성시경 내각’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청와대 인선에 성균관대·고시·경기고 출신이 대거 등용된 걸 빗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