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박근혜 정부는 야당과의 정부조직법 힘겨루기로 새 정부의 성패를 가늠하는 출범 초 100일 중 3분의 1을 이미 허송세월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근혜식 나홀로 인사시스템이 바뀌지 않은 한 앞으로 남은 4년 11개월 동안의 국정 운영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방송통신위원장에 친박계인 이경재 전 의원을 임명하는 등 장관급 1명과 기획재정부와 미래창조과학부 신임 차관 등 차관급 7명의 인사를 단행했다. 앞서 공석이 된 신임 국방부 장관에 김관진 현 장관의 유임을 결정하고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의 임명도 강행했다. 경제·안보 컨트롤타워의 진용을 갖추고 비상시국에 마침표를 찍을려던 찰나였다.
하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끊임없이 지적받아 온 박 대통령의 나홀로식 인사시스템은 한 후보자 사퇴라는 또 한번 대형 인사사고를 불렀다. 이에 따라 새 정부 들어서 고위 인사만 6명이 낙마하는 유례없는 인사참사 기록을 세우게 됐다.
원인으로는 박근혜식 수첩인사로 인한 검증 미비와 소통 실패가 가장 많이 지목된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취임 한달과 관련 “밀봉인사, 나홀로 불통인사 스타일, 구멍난 인사시스템이 빚은 인사참사 도미노의 한달이자 불통과 오만으로 귀결된 한달이었다”는 혹평을 내놓기도 했다.
유용화 시사평론가도 “장차관급 인사의 잇따른 낙마로 인사를 검증하고 추천하는 시스템 자체에 큰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국민과 야당과의 소통을 확대하고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인사검증시스템으로 시급히 전환하지 않는다면 국정혼란은 더욱 가중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취임 초 국정운영이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한 것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처리를 둘러싸고 청와대·여당, 그리고 야당간 연일 대립각을 세웠기 대문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22일에야 늑장처리되면서 국무회의도 제대로 열리지 못했고 정부 부처별로 추진을 서둘러야 할 정책 과제는 쌓여갔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안보·경제위기로 외우내환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집권 초 귀중한 한 달을 오로지 조직을 구성하는 데 소비했다”라며 “지금부터라도 공약을 로드맵대로 추진해나가고 박근혜표 경제정책을 충실히 이행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제상황에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취임 후 보여준 안보 위기 대처능력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 등 연이은 도발 위협 속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핵보유를 용납할 수 없음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이 태도를 바꾼다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융통성을 보였다. 또 현장 행보를 이어가며 공약 이행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