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사람들은…‘짬뽕’,‘푸르른 날에’ 5.18 속으로

입력 2013-05-1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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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연 10년째 맞이한 ‘짬뽕’… 그 시대 살던 사람들 ‘푸르른 날에’

“1980년의 5·18 광주민주화운동(이하 5·18)이 어떤 날인가요?”라고 서울의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묻는다면, 생생한 그때 모습을 얘기해줄 사람을 찾기 힘들다. 어느덧 33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5·18에 참여했던 많은 이들이 숨을 거두고, 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잊혀져 가는 5·18을 생각하며 시대의 고민을 함께하는 이가 역사적 이정표를 세워준다.

성균관대 사학과 서중석 교수는 “10·26 사태(박정희 암살)로 커진 한국의 민주화 꿈이 산산조각난 사건이다”며 “유신체제 후 민주화의 꿈에 찬물을 끼얹은 사건이며 전두환 신군부에 대항한 시민들의 억센 투쟁이었다. 위대한 항쟁이기도 하다”고 정의했다.

▲극단 ‘산’이 공연하는 연극 ‘짬뽕’은 2004년 초연 이래 10만여명의 관객이 함께했으며, 2011년 지방문예회관 특별프로그램 개발지원사업에 우수 공연물로 선정된 작품이다.
이처럼 한국 근대사에서 큰 줄기를 잇는 사건을 교과서에서는 단 몇 줄의 표기에 그친다. 가르치는 교사나 배우는 학생들도 인터넷 백과사전이나 포털에서 정보를 찾는 경우가 훨씬 많다. 하지만 더 생생하게 상황을 설명해주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연극 ‘푸르른 날에’와 ‘짬뽕’ 제작에 참여하는 관계자들이다.

일선 교사들은 학생들과 같이 공연을 보러와 연출자에게 “교과서에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가르쳐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제도권의 교육도 다루지 못한 5·18의 이야기를 슬프게 또는 유쾌하게 때로는 익살스럽고 가볍게 풀어내는 두 작품이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5·18의 본질과 정신은 살아있다.

제목만으로는 도저히 5·18을 생각할 수 없는 작품이 ‘짬봉’이다. 한 중국집 배달부가 짬뽕 배달 중 검문을 받는 과정에서 군인과 실랑이가 벌어진다. 상황이 일파만파로 커져 군인이 상처를 입고 총까지 쏘는 사고가 일어난다. 사태가 커짐에 따라 모든 것은 자신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게 된 중국집 식구들이 펼치는 일화는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내 자신들이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었다는 생각에 불안과 공포가 증폭된다.

지난 2002년 대본을 쓰고 2004년 초연이 됐던 ‘짬뽕’은 올해로 10년째다. 벌써 10년째 5·18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을 연극 무대에 올리고 있는 연출자 윤정환씨는 “5·18은 코미디 같은 이야기다. 있을 수 없는 코미디며 있어서는 안 될 코미디라는 생각에 블랙코미디를 생각했다. 웃음을 통해 슬픈 비극을 더 크게 느끼게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신시컴퍼니의 연극 ‘푸르른 날에’
좀 더 깊숙하게 5·18로 들어간 작품이‘푸르른 날에’다. 가혹한 탄압과 억압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겁한 자가 된 주인공이 고문 후유증과 함께 정신이상으로 겪는 고통을 담았다. 신시컴퍼니 정소애 기획실장은 “5·18의 시대를 살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스스로 치열하게 전투했던 사람과 주변 사람들이 겪게 되는 사건들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냈다”고 했다. 고선웅 연출자는 “계몽시키거나 거룩하게 만들고자 하지 않았다”며 “(1980년으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지금 미움, 상처, 용서와 화해의 감정을 공유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날이 어땠는지 혁명과 투쟁의 시인 김남주의 ‘학살II’가 잘 보여준다. 이는 ‘푸르른 날에’의 대사이기도 하다.

“(전략) 오월 어느 날이었다/ 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도시는 벌집처럼 쑤셔 놓은 붉은 심장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용암처럼 흐르는 피의 강이었다/ 밤 12시/ 바람은 살해된 처녀의 피묻은 머리카락을 날리고/ 밤 12시/ 밤은 총알처럼 튀어나온 아이들의 눈동자를 파먹고/ 밤 12시/ 학살자들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시체의 산을 옮기고 있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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