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개성공단 내 잔류하고 있던 근로자들이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하던 날, 이들을 기다리던 한 근로자는 한숨과 함께 심경을 토로했다. 당시 기자는 개성공단 사태에 대한 답답함을 내비치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현재, 개성공단 근로자들을 주축으로 ‘개성공단근로자협의회’가 결성됐다. 입주기업 대표들로 구성된 개성공단기업협회와는 별개로 개성공단 내 근로자, 주재원들의 입장을 대변하겠다는 취지로 조직된 것이다.
개성공단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입주기업 대표와 근로자들이 서로 이해관계를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 달 전 들었던 말을 곱씹어보니 입주기업 대표들에 대한 근로자들의 불만이 컸다는 생각도 들었다.
개성공단 사태가 일어난 지 60여일. 입주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해 줄 창구는 변변치 못했다. 정부는 북한의 동향 위주로 개성공단 사태를 대처했을 뿐 기업을 위한 후속 대응으로 긴급자금 지원 이외에 민첩하고 능동적 조치에는 미숙했다. 오죽하면 입주 기업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부의 지원책을 ‘립서비스’라고 표현하는 상황까지 연출됐을까.
그러나 한편에는 공단 근로자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었다. 고용주와 고용인이라는 관계에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눈도 점점 달라지고 있다.
개성공단의 데드라인을 5월 마지막 날인 31일까지 정한 기업들도 상당수 있다. 이는 해당 기업들이 개성공단 관련 사업과 고용을 정리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현상황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더욱더 기울여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불모지의 척박한 땅에서 개성공단 신화를 일궈낸 주역들이 서로 등을 돌리는 상황조차 막지 못한다면 개성공단 정상화는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