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복고 바람이 스크린, TV 화면을 넘어 음악, 뮤지컬 극장까지 대중문화계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해 영화 ‘건축학 개론’, 드라마 ‘응답하라1997’로 촉발된 1990년대 복고 바람은 올해에도 상승하며 대중문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우선 영화는 1990년대 상영된 영화를 재개봉해 그 시대를 직접 소환하는 복고 붐을 일으키고 있다.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새단장한 왕가위 감독의 ‘해피 투게더’(1997), ‘중경삼림’(1994), 일본 영화 ‘러브 레터’(1995), 한석규와 심은하의 로맨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가 요즘 관객과 다시 만나고 있다.
방송 역시 1990년대 복고를 프로그램에 수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응답하라1997’로 1990년대 복고 붐을 조성한 신원호 PD는 또다시 ‘응답하라 1994’로 1990년대 복고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1990년대 초중반 상경한 지방 학생들의 하숙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응답하라1994’는 방송 회를 거듭할수록 화제가 되고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그 시절 복고 열기를 최고조로 상승시키고 있다. 1세대 아이돌 그룹 멤버로 1990년대 활약했던 문희준, 천명훈, 토니안, 은지원, 데니안이 출연하는 QTV 예능프로그램 ‘20세기 미소년’ 역시 1990년대 복고 바람을 타고 등장한 프로그램이다.
가요계도 1990년대 익숙한 멜로디가 윤색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응답하라 1994’ 삽입곡인 성시경의 ‘너에게’는 1일 발매돼 11월 내내 음원차트 10위권을 지키고 있다. 이 곡은 1993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가 원곡이다. 성시경의 ‘너에게’가 인기를 끌면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도 다시 각광받고 있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듀스를 위해 지난 8월부터 5일까지 울랄라세션, 에일리, 유브이(UV) 등 후배 가수가 5개의 듀스 20주년 헌정앨범을 순차적으로 발매한 것도 1990년대 복고 열풍이 낳은 결과물이다. ‘그때 또 다시’(1997),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99) 등 댄스곡과 발라드를 섭렵하며 1990년대 큰 인기를 누린 임창정은 최근 컴백, 과거 히트곡를 불러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1990년대 복고 바람에 동참하고 있다.
‘서른 즈음에’(1994), ‘이등병의 편지’(1996)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기고 떠난 영원한 가객 김광석의 노래는 올해 뮤지컬 극장에 울려퍼지며 1990년대 향수를 자극한다. 지난 6월 막을 내리며 호평받은 뮤지컬 ‘그날들’에 이어 장진 감독과 김준수의 스타 캐스팅으로 흥행을 예고하는 뮤지컬 ‘디셈버:끝나지 않은 노래’ 역시 김광석의 노래를 담았다. 대중문화계에 1990년대 복고 바람이 불면서 삐삐, 힙합바지 등 그 시절 생활과 문화용품들이 또다시 눈길을 끄는 이변도 연출되고 있다
이처럼 대중문화계에 불어온 1990년대 복고 바람에는 다양한 원인이 작용한다.우선 1990년대 복고 바람은 당시 대학시절을 보냈던 X세대들을 겨냥한 것이다. 문화를 본격적으로 소비한 X세대들은 30~40대에 접어들어서도 대중문화 상품을 여전히 소비하고 있고 이들을 겨냥해 내놓은 기획상품이 바로 1990년대 복고 상품인 것이다.
경기침체라는 사회적 변수 역시 1990년대 복고 바람의 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현실의 고단함을 과거를 회상하며 잠시 잊으려는 사람들이 1990년대 복고 열기를 지피고 있는 것이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복고는 현실의 반영이다. 불안한 최근 국내 정세와 사회적 심리가 과거를 소환했다”고 분석했다.
동덕여대 교양교직학부 홍원식 교수는 1990년대 복고 현상에 대해 “TV는 이제 올드 미디어가 됐다. TV 전체 시청층이 예전에 비해 고령화된 것이다. 젊은 사람은 스마트폰 등 다른 매체로 이동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30~40대 이상의 시청자까지 끌어들이기 위해 1990년대 문화를 전면에 내세운 콘텐츠가 개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