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세 윤장섭 유화증권 명예회장의 아들 사랑이 눈길을 끈다. 윤 명예회장이 수 년 동안 알뜰살뜰 모은 자사주(보통주) 10만주를 시간외매매로 처분했고, 57세 아들 윤경립 회장이 같은 수량의 주식을 취득했다. 이로써 윤 회장의 지분율은 윤 명예회장의 지분율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윤 명예회장의 지분율은 14.50%, 윤 회장의 지분율은 15.22%라고 지난 29일 공시했다. 지난 25일 최대주주였던 윤 명예회장이 주식 10만주를 처분하면서 지분율이 역전된 것이다.
윤 명예회장은 올해만 229번의 지분 변동 공시를 냈다. 단 4번을 빼고는 모두 주식을 추가 매입하는 내용이었다. 이 가운데 보통주 매입 공시는 총 124번에 달했다. 올해 보통주와 우선주 매입은 총 1만3500주에 달한다. 때문에 ‘자사주 쇼퍼’라는 별명이 붙었다. 적게 산 날은 10주를 추가했고 많이 산 날은 200주를 매집하기도 했다. 그가 매집에만 집중한 것은 아니다. 매집한 지분 중 우선주 각 1만주씩을 처분해 고려대학교와 성보학원에 기부하기도 했다. 기부 후에도 윤 명예회장의 주식매집은 계속됐다. 그는 적어도 이틀에 한번 꼴로 100주를 샀다.
유화증권의 경우 윤 명예회장의 지분이 최근까지 15%를 넘었고, 윤 회장의 지분 및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더하면 우호 지분은 64%에 달한다. 때문에 자사주를 넘긴 것은 경영권보다 2세를 위한 사후관리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국거래소는 반기 월 평균 거래량이 유동 주식수의 1%가 안 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유화증권은 거래량이 매우 적어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 노출됐었다. 거래량이 적을 때는 하루에 11주가 거래된 게 전부였다. 고령의 명예회장이 자사주를 쇼핑해준 덕에 유화증권은 관리종목 지정 우려는 피하게 됐다.
윤 명예회장의 입장에서는 어찌보면 당연하다. 개성 출신의 윤 명예회장은 ‘마지막 개성상인’이다. 남쪽으로 넘어와 1962년 유화증권을 창업했다. 유화증권은 창업 이래 이름 한 번 바뀌지 않고 대한민국 금융업계를 지탱한 몇 안 되는 증권사다. 개성상인답게 기업 인수, 매매 등을 하지 않으니 회사를 잘 지키는 데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유화증권 관계자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 넘긴 것은 아니다”라며 “자사주를 처분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대주주가 투자자 한 개인으로서 거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