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공기업, 민영화 안된다면 경쟁시켜라

입력 2014-01-0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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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ㆍ프리덤팩토리 대표

공기업 개혁이 연일 화두다. 철도 파업 논쟁에 이어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또 공기업 개혁을 꺼내 들었다. 이번에는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차원에서다. 앞으로 한참 동안 공무원들은 산하 공기업을 감사하느라고 분주할 것이고, 공기업 직원들은 감사를 받느라고 힘든 나날을 보낼 것이다. 역대 모든 정부들이 실패한 공기업 개혁, 이번에는 꼭 성공하길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분명 공기업 개혁을 관철할 의지가 있어 보인다. 철도 파업에 맞서는 자세에서 그 의지가 드러났다. 그런 데 의지말고 더 필요한 것이 있다. 일관성이다. 일관성은 뭔가를 얻으려면 그것과 충돌하는 다른 무엇인가는 포기를 할 때에 얻어질 수 있다.

공기업 부채를 예로 들어보자. 공기업 부채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대통령 자신일 때가 많았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4대강 사업과 보금자리 주택사업이 공기업 부채를 늘리는 제일 큰 원인이었다. 수십조원씩이 들어가는 정책사업들을 공기업의 빚으로 추진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도 혁신도시 사업이 그런 식으로 이루어졌다. 정부 예산은 쓰지 않으면서 공약사업은 하려다 보니 공기업 부채가 쌓인 것이다. 한전이나 상수도 사업 역시 정치적으로 가격을 올리지 못하게 하다 보니 빚이 쌓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방만경영을 제대로 손대지 못했다. 빚을 내서 사업을 하라고 요구한 것이 대통령과 공무원들, 정치인들인데, 어떻게 공기업 부채를 질책한단 말인가. 방만경영에 의한 적자쯤은 별 것이 아닌 것처럼 되어버렸다.

정말 개혁하고 싶다면 대통령과 공무원과 정치인의 생각부터 개혁해야 한다. 공기업을 돈없을 때 동원하는 수단쯤으로 생각하는 관행을 버려야 한다. 정부와 정치가 손을 뗀 후에야 비로소 적자에 대해서 공기업 스스로 책임지라고 떳떳하게 요구할 수 있다.

적자를 스스로 책임지라고 요구하고 나면 다음 단계는 경쟁을 도입하는 것이다. 교통안전공단 산하의 자동차검사소는 아주 좋은 사례다. 1998년까지 자동차 정기검사는 교통안전공단 산하의 자동차검사소에서만 했어야 했다. 그런 자동차 검사소는 불친절했고, 부패했었다. 인근의 속칭 ‘바떼리 가게’와 결탁해서 멀쩡한 차도 문제가 있다고 부품 교체를 요구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1998년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민간 정비업소도 자동차 검사업무를 할 수 있게 개방을 한 것이다. 어느 업소를 갈지는 소비자의 선택에 맡겨졌다. 자동차 검사소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다. 법으로 밥그릇을 뺏어버린 것이다.

실제로 첫해의 매출은 급감했다. 놀라운 것은 그때부터 공기업이던 그들의 변신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친절해지고 빨라졌다. 그러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칭찬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차츰 매출이 증가하고 3년째부터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 늘어나게 됐다. 이제 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 검사소는 민간의 어떤 정비업소보다 친절한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공기업이 맡고 있는 많은 부문에 민간의 진입을 열어 놓은 것이 공기업 개혁의 시작이어야 한다. 편지 배달을 왜 정부만 해야 하는가. 철도, 상수도 역시 반드시 정부만 해야 할 이유가 없다. 민간도 할 수 있게 열어 두면 정부만 하도록 법으로 보호할 때보다 국민은 더 좋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공기업은 대부분 철도나 가스관처럼 망산업(Network Industry)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독점일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하는 분들이 있다. 망산업이 자연 독점의 성향을 가지긴 하지만 반드시 독점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통신도 망산업이지만 KT, SKT, LGT 세 개의 기업이 경쟁하고 있지 않은가. 민간에게 진입을 터주면 국민은 더 좋은 서비스를 받는다. 당장은 공기업 직원들이 힘들어지겠지만 결국은 공기업도 건강해진다. 공기업 개혁을 위해 가장 좋은 것은 민영화이지만, 그럴 수 없다면 스스로 책임지게 하고, 민간과의 경쟁에 노출시키는 것, 그것이 차선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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