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경기장. 밴쿠버 동계올림픽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른 가운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 결승 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남자 5000m에서 깜짝 은메달을 따낸 이승훈(26·대한항공)은 1만m에서도 역주, 12분58초55로 올림픽 신기록을 작성했다. 그러나 세계기록 보유자 스벤 크라머(29·네덜란드)가 마지막 조에서 이승훈보다 4초 이상 빨리 결승선을 통과,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듯했다.
잠시 뒤, “주여! 주님의 뜻입니다.” 해설자의 깜짝 놀랄 멘트가 터져나왔다. 크라머가 자신의 라인을 이탈하며 인코스를 두 번 돈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결국 크라머의 실격으로 이승훈이 행운의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흥분한 해설자는 방송에서 해서는 안 될 말을 쏟아내고 말았다.
당시 SBS 해설위원 제갈성렬(44)은 흥분한 목소리로 노골적 종교 발언을 해 시청자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스타이던 그는 1992년 알베르빌부터 1994년 릴레함메르, 1998년 나가노까지 동계올림픽을 3회 연속 출전했고, 한때 MBC 해설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은퇴 이후에는 해설위원으로서 제2황금기를 노렸지만 준비되지 않은 해설로 실수를 연발하며 하차하는 수모를 겪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금메달리스트 심권호(42)는 막말 해설로 물의를 빚었다.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SBS 레슬링 해설위원으로 등장, “야,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잖아!” “방심하면 안 돼!” “에이 씨” 등 막말을 쏟아 부으며 논란을 일으켰다.
공사 구분 없는 해설도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SBS 수영 해설을 맡은 김봉조(67)가 주인공이다. 그는 박태환(25)이 출전한 자유형 200m 결승에서 마이클 펠프스(30·미국)가 일치감치 앞서나가자 “태환아”를 연발했다. 박태환의 스승이기도 했던 그는 본분을 망각한 멘트로 네티즌의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최근 은퇴 후 해설위원으로 데뷔하는 스포츠 스타가 많다. 친숙한 이미지에 풍부한 경험까지 갖춰 시청자들의 호감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함량 미달 해설로 물의를 일으키며 스타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도 적지 않다.
아무런 준비 없이 마이크를 잡은 해설위원도 문제지만 함량 미달 스포츠 스타를 아무런 검증 없이 해설위원으로 채용한 방송사도 깊이 반성할 일이다.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예전과 다르다. 내용은 없고 흥분만 있는 껍데기 해설은 시청자들의 비난을 부추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