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전 조선 조정(고종 32년)은 갑오 동학농민혁명의 지도자 녹두장군 전봉준을 잡기 위해 현상금 1000냥(약 1억원)과 군수 자리를 내걸었다. 돈 앞에서는 피도 의리도 맥을 못 추는 법, 당시 현상금의 위력은 대단했다. 전봉준은 현상금에 눈이 먼 부하 김경천의 밀고로 최후를 맞았다.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범죄 중 경찰청 훈령 ‘범죄신고자 등 보호 및 보상에 관한 규칙’상 최고 현상금인 5000만원이 걸린 건 4건뿐이다. 화성연쇄살인범을 시작으로 ‘탈옥수’ 신창원, ‘희대의 살인범’ 유영철, ‘경찰관 살해범’ 이학만 등이다. 검찰이 유씨를 상대로 이들보다 10배나 많은 파격적 현상금을 내건 것은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실상 공적(公敵)인 유씨 일가에 대한 압박 수사를 진행 중인 경찰은 “유병언 부자의 신병 확보에 경찰의 수사력을 집중하겠다”며 “신고자의 신변 안전은 철저히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병과 신변, 범죄 관련 기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단어다. 그런데 모양새는 물론 발음도 비슷해 잘못 사용하는 이들이 많다. ‘신병(身柄)’은 보호나 구금의 대상이 되는 몸을 뜻한다. 따라서 범죄를 저지른 자나 용의선상에 있는 이와 관련해 ‘신병 확보, 신병 인도, 신병 처리’ 등의 표현을 쓸 수 있다. 이와 달리 ‘신변(身邊)’은 몸과 몸 주위를 가리키는 말로 ‘범인을 최초 신고한 목격자의 신변이 위태롭다’, ‘그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신변 정리를 하고 있었다’ 등으로 활용, ‘신병’과는 의미가 전혀 다르다. 그런데 신병이 법률행위가 아닌 몸에 생긴 병(病苦)과 관련된 경우엔 ‘신병 비관’ 등의 표현도 가능하다. 물론 자신과 가족 등 주변 상황으로 고통받아 방황할 경우엔 ‘신변 비관’이라 해야 맞다.
‘6억 로또’ 유병언씨 부자를 찾기 위한 현상금 사냥꾼들이 전남 순천 등지로 몰려들고 있다. 임도 보고 뽕도 따려는 등산객들은 전남지역 산을 오르며 건강과 더불어 현상금의 꿈을 좇고 있다. 시민의 신고로 검거될지, 아니면 숨바꼭질 중인 수사당국에 체포될지 내기를 하는 이들도 등장했다. 뒷북만 치며 유씨 부자의 신병 확보에 번번이 실패해온 수사당국을 개인적으로 믿지는 않는다. 국민의 눈을 언제까지 피해 다닐 순 없을 터 자진해서 출두하는 것이 가장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