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축제는 계속되어야 한다

입력 2014-06-2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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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뮤지컬스쿨 교수ㆍDIMF 집행위원장

지난 5월 26일 세월호 참사로 미루던 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벌 기자회견을 뒤늦게 치르면서 세월호 참사 추모 영상으로 행사를 시작했다. 영상의 배경음악도 뮤지컬 배우 양준모가 부르는 ‘내 영혼 바람 되어’로 직접 골랐다. 아직도 우리가 다 거두지 못한 희생자들의 영혼이 왠지 그렇게 오히려 우리를 어루만지는 듯해서였다. “그곳에서 울지 마오. 나 거기 없소. 나 그곳에 잠들지 않았다오. 그곳에서 슬퍼 마오, 나 거기 없소. 이 세상을 떠난 게 아니라오.”

울고 슬퍼하면서 면죄부를 치르듯 몫을 다한 듯 털어내고는 잊어버리는 주검이 되기보다는 ‘떠나지 않았다, 죽지 않았다 그러니 슬퍼하다가 잊지 말라’고 외치는 듯해서였다. 그래서 추모 영상의 마지막 카피도 ‘잊지 않겠습니다’였다.

우리 민족만큼 슬픔을 승화하는 자가 치유력이 뛰어난 이들도 없을 것이다. 장례 문화만 봐도 그렇다. 초상집에서 밤새 장단에 맞춰 곡을 하고 술잔을 돌리고 화투까지 치다가 아침이면 상여가를 부르며 꽃단장한 관을 무덤으로 옮겨 묻고 땅을 다지며 춤까지 추면서 죽음을 배웅하고는 산 사람은 살아야지 덕담했다.

삶과 죽음을 경계 지어 죽음을 딴 경지로 보내고 잊는 게 아니라 때 되면 상 차려 조상을 모시듯 삶과 죽음이 얽혀 더불어 사는 게 한국적 죽음관인지도 모르겠다. 신명이 에너지원인 민족의 긍정적이고 낙관적 삶의 처세이고 지혜일 수도 있다.

이날 기자회견 무대에 함께 오른 한국뮤지컬협회 설도윤 이사장은 ‘쇼 머스트 고 온(Show must go on)’을 외치며 브로드웨이는 9·11사태 때도 공연을 멈추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당시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뉴욕 시민들에게 일상으로의 복귀에 도움이 되는 위안이었단다.

올해 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야외 전야제도 없애고 ‘엄마는 딤프 댄싱 퀸’행사도 취소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지금 축제를 벌여도 되는가 무거운 자책감에 조심스럽다. 그럴 때 마다 속으로 산 사람은 살아야지 되뇌이고 나 잠들지 않았으니 슬퍼 말라는 멜로디를 흥얼거려 본다. 그러면서 지금 축제는 죽음도 삶도 다 위로하는 위령제인지도 모른다고 스스로 위안할 명분을 찾아본다.

마침 월드컵 기간이다. 한국인에게 월드컵이 단순한 스포츠 축제가 아닌 이유는 붉은악마의 신화를 창조해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민족성 때문이다. 우리 민족의 위기대처 능력은 집단 신명이었다. 마당으로 몰려 나와 북, 장구, 꽹과리를 치며 춤을 추며 공동의 염원을 퍼포먼스의 효과로 외쳐 왔다. 지금은 각자 문을 닫아 걸고 서로 원망하며 트라우마를 떨치려 애쓰기보다는 모두 광장으로 몰려 나와 사태의 본질과 정면으로 만나고 풍악이라도 울려 결코 잊지 않도록 환기하며 함께 해결책을 찾고 서로 어깨를 감싸고 서로를 위한 응원가를 불러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뮤지컬산업이 한국에서 이렇게 단기간에 급성장한 이유에는 예로부터 가무, 악에 능하고 일상 속에서 가무, 악을 즐겨 온 우리 민족성에 잘 부합하는 대중종합예술인 것이 크다. 무대와 객석이 오감으로 함께 호흡하는 집단 신명의 현장성이 뮤지컬의 최고 매력이다.

집단 신명을 회복할 때다. 월드컵이든 뮤지컬 축제든 세월호에 침몰한 영혼들을 잊지 않고 그들이 원하는 바를 진정으로 해결해 주고 더 이상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집단 신명의 에너지로 스스로들을 일으켜 세우는 힘을 만들어야 한다. 서로 위로하고 함께 해결해야 한다. 울고 슬퍼하다가 잊지 말고 산 사람은 사는 신명의 기운으로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고 있는 영혼을 살리고 달래야 한다. 그래서 축제는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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