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중국대륙의 공연문화라고 하면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서커스. 이를 발전시킨 한국의 창작물이 최초로 중국에 진출했다. 바로 서커스와 오페라를 융합시킨 서페라 ‘카르마:운명의 랩소디(이하 카르마)’다. 일루전 매직부터 현대무용, 아크로바틱, 리듬체조, 비보이, 팝핀까지 한 무대에 녹여낸 ‘카르마’를 탄생시킨 이관준 연출가를 최근 인터뷰했다.
오는 17일부터 31일까지 3000석 규모의 중국 북경 공인체육관에서 막 올리는 ‘카르마’는 총 4막으로 구성된 넌버벌 퍼포먼스로,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 동아시아 신화를 각색했다. 시나리오 집필을 직접 맡은 이관준 연출은 소재 선정에 온 힘을 기울였음을 드러냈다.
“콘셉트와 소재, 제목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으니까요. 세계인의 눈높이에 맞는 소재가 세계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고, 한국적인 색깔을 최대한 빼려고 노력했지요.”
신의 조상 카르마와 마고, 두 주인공 사이의 사랑을 둘러싼 지하 악신의 음모, 그들을 상대로 벌어지는 전쟁을 다룬 창작신화가 주 내용이다. 이 같은 서사는 명확한 선악 갈등 구도로 다가와 관객의 손쉬운 이해를 돕는다.
무엇보다 신화 소재를 바탕으로 한 비주얼 요소의 웅장함은 ‘카르마’의 주된 관전 포인트다. 이관준 연출은 “프랑스 철학자 드니 디드로의 제4의 벽이라는 연극 이론을 적용해 3D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도 관객석에서 입체감 있는 영상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무대와 객석 간의 벽이 있다는 제4의 벽 이론을 첨단 디지털화한 ‘카르마’ 무대는 가무극 중심의 공연 장르가 익숙한 중국 관객에게 신선한 자극을 유도했다. 이는 앞서 2008년 중국 귀주성 준의시에서 가진 트라이 아웃 공연의 호응이 증명한다.
“체감해보니 중국 속 한류로 인해 한국인이 만들었다는 점에 대한 기대가 크더라고요. 또 중국인들이 ‘잡기극’이라 칭하는 기존의 서커스와 차별화했기에 세련되게 느끼더라고요.”
북경 공연을 앞둔 이관준 연출은 2005년부터 ‘카르마’의 기획부터 제작까지 직접 전력투구해 지금의 중국 진출을 이끌어냈다. 특히 70여명의 출연진은 한국과 중국의 배우들로 구성했고, 이 중 아크로바틱을 담당하는 배우는 중국 준의시의 서커스단에서 기용했다.
“중국은 서커스 선진국이기에 배우들이 아크로바틱을 잘 하는 게 장점입니다. 하지만 마치 선수 같죠. 뛰어난 기술을 가졌지만, 창의성은 현저히 부족합니다. 연출 입장에서 예술성을 이끌어내는데 노력해야했습니다.”
이 가운데, 연출로서 그는 오페라부터 비보잉과 마임까지 다양한 장르가 한데 표출되는 ‘카르마’를 위해 주력해야할 지점이 따로 있었다.
“배우들을 처음 모아놓고 가장 강조한 지점은 ‘닮아가기를 잘 하자’였습니다. 각자 개성이 워낙 강하기에 스스로 잘난 맛에 취해서 자기만 돋보이려고 하면 큰일나지요. 서페라에 걸맞은 색깔과 연기 그리고 전체를 위한 배려가 중점에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