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 울지마, 마다가스카르

입력 2014-08-0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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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드림웍스의 만화영화로 유명한 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아픔을 치유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구 2200만명의 마다가스카르는 아프리카 대륙 옆에 있으나 동식물은 물론 주민 구성과 문화까지 아프리카와 판이하게 다르다. 음식과 언어는 오히려 인도네시아에 더 가깝다. 마다가스카르는 중생대 물고기인 실라칸스, 원시영장류에서 초기 분화된 여우·원숭이 등 진화생물학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바오밥 나무도 전 세계 8종 중 6종이 이곳에 서식하고 있다. 그리고 희귀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곳에는 지금도 흑사병과 각종 희귀 열대병들이 보고되고 있는 위험 지역이다.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에 등장한 지역은 오히려 평범한 지역이란다. 그런데 이재훈 의사는 이곳에서 무려 9년 동안 오지 의료봉사를 해오고 있다. 일반 차량은 다닐 수도 없는 오지 봉사로 숱한 귀한 생명들을 구해온 공로로 2012년 외교통상부가 제정한 제1회 이태석상을 수상했다. ‘울지마 톤즈’에서 ‘울지마 마다가스카르’로 봉사정신이 확산한 것이다.

그는 연세의대 시절 무려 5가지 전공 과목을 수료한 유일무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오지 의료봉사를 위해 전인적인 의료인이 되기 위한 고된 전문의 과정이었다. 이후 영국에서 선교사 과정을 밟은 후 미답의 땅 마다가스카르에 정착하게 됐다. 그는 앞으로도 은퇴할 때까지 마다가스카르에서 의료봉사를 하며 귀한 생명들을 구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고 있다. 아직도 말라가시(마다가스카르인을 부르는 호칭)들은 병이 나면 80%가 병원이 아니고 마을의 주술사를 찾는다고 한다.

그는 전국에 2000개의 보건소만 제대로 구축하면 말라가시의 눈물이 줄 것이라 한다. 지금도 물론 보건소도 있고 병원도 있다. 그러나 그곳은 주술사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것이 불편한 현실이다. 그와 함께 방문한 보건소에는 의료 장비라는 것이 청진기밖에 없었다. 그나마 수도 안타나나리보 근처라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다. 시골에 있는 보건 지소에는 의사는 물론 간호사도 없는 곳이 많고 조산사가 출산 지원하는 수준이다. 10%에 육박하는 높은 신생아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산전 검사율은 10%대에 불과하다. 결핵은 날로 증가하고 있고, 고혈압과 당뇨도 풀어야 할 숙제다.

도로 교통 인프라의 개선을 도모하기에는 나라가 너무 가난하다. 국민소득 300달러로서는 외부 지원없는 국가 인프라 구축은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데 정치적 혼란 과정에서 선언했던 모라토리엄의 여파로 국제사회의 지원은 미진하다. 이 틈새를 타고 중국이 소비재 시장과 인프라 구축을 거의 독점해 가고 있다.

이 나라는 한국, 태국, 베트남 등을 벤치마킹해 국가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자 하고 있다. 그중 의료 분야도 포함되어 있어 작년 말 보건부 대표단 일행이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방문 중 만난 의료 분야 인사들은 한국을 배우고자 하는 열기가 뜨거웠다. 의사인 로저 수상은 전국 의료체계 혁신에 대한 필자의 제안에 대해 “내일 당장 추진하자”는 적극성을 표명했다. 그들은 코이카가 제공한 디지털 이동병원 관계로 방문한 필자에게 모든 의료 시설들을 자세히 보여주며 간곡한 지원을 요청했다. 그런데 이 나라는 안타깝게도 한국의 대사관도, 코트라도, 코이카도 사무실을 두지 않고 있다. 이 나라의 의료를 지원하여 동반성장하는 새로운 국가전략이 필요하다.

500만 달러를 투입해 이 나라의 의료전달 체계를 구축하면, 매년 수십 배의 비용이 절감될 것이다. 사실상 통계가 없는 현재의 보건 행정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한국과 지속가능한 의료협력 체계가 구축될 것이다.

개발도상국을 위한 적정의료는 사실상 미개척의 영역이다. 진정한 적정의료는 모바일과 같은 메타기술이 접목돼야 지속가능해진다. 바로 한국이 세계를 이끌 수 있는 새로운 분야다.

이재훈 의사를 후원해온 밀알재단의 꿈도 한국과 마다가스카르의 동반성장이다. 그를 돕는 자원봉사자들을 포함하여 소중한 꿈을 가진 분들을 한국 정부가 지원하여 동반성장하는 것이 바람직한 개도국 전략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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