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작’을 ‘걸작’으로…‘차이나 스탠다드’가 세상을 지배한다

입력 2014-09-0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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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4, 혹평에도 중국서 대히트…패션에서도 중국 소비자 취향 반영

▲차이나 스탠다드가 글로벌 트렌드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4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분석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지난 6월 23일 트랜스포머4 시사회를 앞두고 팬들이 배우들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

세계 최대 인구에 빠른 경제성장으로 어마어마한 소비시장을 갖게 된 중국이 글로벌 트렌드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영화와 패션의 세계에서는 글로벌 기업이 이른바 ‘차이나 스탠다드’에 몰리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영화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트랜스포머4)’는 미국 영화 평론 웹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졸작을 뜻하는 ‘썩은 녹색 토마토’를 줄줄이 받았다. 영화 지지율은 18%에 불과했고 ‘스토리가 없다’‘신선미가 떨어진다’ 등 혹평이 줄을 이었다. 미국 흥행수입은 2억1400만 달러(약 2180억원)로 트랜스포머 시리즈 가운데 가장 낮았다.

그러나 트랜스포머4는 통쾌하고 명확한 스토리를 요구하는 중국인의 입맛에 딱 맞았다. 그 결과 중국 사상 최고인 3억2000만 달러의 성적을 올렸다. 본고장 미국에서 졸작이었던 영화가 결국 중국에서의 대히트로 세계 흥행수입이 10억 달러를 넘는 작품이 된 것이다.

지난달 14일 중국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2’도 사정은 비슷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에서는 그리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중국 개봉 후 첫 주말 수입이 2680만 달러로 2010년 전작의 9배에 달해 세계 수입은 1탄을 크게 능가했다. 이제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할리우드 영화의 성공을 좌우하게 된 셈이다.

이 배경에는 중국 영화관의 급증이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지난 6월 기준 중국의 영화 스크린 수는 2만2000여개로 5년 전에 비해 5.3배 늘었다. 특히 지방도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얼빈과 같은 지방도시는 월요일 밤에도 영화관이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관객이 들어차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랴오닝성의 판진시는 지난 2012년 영화 흥행수입이 전년보다 9.6배 늘었을 정도다.

이런 중국 지방도시 영화 팬들은 멜로보다 화끈한 액션영화를 원한다. 할리우드 여배우에서 모나코 왕비로 변신한 그레이스 켈리의 사랑과 갈등을 그린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는 중국 수입이 500만 달러로 트랜스포머4의 64분의 1에 그쳤다. 할리우드에서 앞으로 드라마보다 액션영화가 늘어날 것임은 불보듯 뻔하다고 신문은 내다봤다.

패션 부문에서도 중국 소비자의 취향이 반영되고 있다. 이탈리아 고급 가방제조업체 토즈(Tod’s)는 가방에 지퍼가 붙게됐다. 기존 디자인으로는 소매치기에 당할까 불안하다는 중국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같은 이유로 최근 코트에 포켓도 많이 달리게 됐다.

신문은 앞으로 할리우드 영화에서 미국 대통령으로 분한 배우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의 편을 들어주는 장면도 나올 수 있다며 중국의 군사력 증가과 다른 의미에서 더 심각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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