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은 경제전문가들이 입안하지 않고, 정치인들이 결정한다. 따라서 경제정책은 정치인들의 시장경제에 대한 인식에 따라 결정된다. 그래서 우리 경제의 미래는 정치인들에 달려 있다. 정당 간에 조금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전체적으로 우리 국회의원은 시장적대적 입법행위를 하고 있으며, 그 수준이 심각하다. 현 정부가 들어설 때부터 정치구호로 요란했던 경제민주화, 동반성장 등은 시장적대적인 정책 방향이다. 그래도 정치인들은 항상 이중적인 얼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치선거에서의 그들 얼굴과 실제로 입법하는 그들의 얼굴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정치인들이 국민을 대하는 얼굴과 실제 입법하는 얼굴이 같다. 시장경제를 폄하하고, 경제민주화와 동반성장을 강조해야 정치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우리 구조다. 이런 정치구조 하에선 경제발전을 위한 입법안들이 생산되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혁신을 통한 경제성장을 강조하였다. 집권 초와는 완전히 다른 정책기조다. 대통령이란 자리가 국가 미래를 봐야 하는 만큼, 정책 방향을 수정한 것은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이제 대통령이 정책을 결정하는 시대가 아니다. 모든 정책은 국회를 통과해야 현실화될 수 있다. 대통령의 의중이 전혀 국회에서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그나마 여당이 동조한다고 해도,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야당 협조가 없이는 국회 통과가 불가능한 정치구조다. 시장적대적인 국회의원들의 행태, 국회 의사결정제도로 인해 경제성장을 위한 입법은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있다.
정부는 경제혁신 과제로서 내수시장 활성화를 내세웠다.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를 가진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없다. 세계의 불확실한 정치 및 경제 변화에 취약한 한국이므로, 내수시장을 확대해야 그나마 안정적인 경제구조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내수시장 확대를 위한 업종은 보건·의료, 관광, 교육 등으로 여러 가지 규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규제는 보는 관점에 따라 좋은 규제, 공공성을 위한 규제로 포장되어 있어 국회 통과가 쉽지 않다. 분명히 길은 있고, 정부가 그 길로 갈 것을 천명했는데도, 우린 그 길을 갈 수가 없다. 국회 협조라는 과정을 얻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의 시장적대적인 성향은 그들의 본질이 아니라, 그런 방향이 국민들에게 먹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시장친화적인 국회의원을 가지기 위해선, 국민들이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선호하게 하는수밖에 없다. 결국 시장친화적인 국회를 위해 시장경제에 대한 국민 교육 및 홍보가 필요한 때다. 그러나 이는 지속적으로 인내를 가지고 추진해야 조금씩 효과를 볼수 있다. 개방화 시대엔 과거 10년보다 지금 1년의 경제변화 속도가 더 빠르다. 이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한국경제는 압축성장했듯이 압축퇴보할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는 위기다. 몇가지 경제지표가 나빠서가 아니고, 발전을 위한 정책 인프라가 모두 붕괴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국민들과 경제공부를 해야 할 때다. 지루한 길이지만, 이 길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