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신해철, 우리시대 어떤 의미인가?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4-10-29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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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사진=뉴시스)

[배국남의 직격탄] 잘 가게, 마왕(魔王) 신해철!

“…저 강물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노래의 마지막 구절이었습니다. 그의 사망 관련 기사를 작성하면서 말입니다. 그가 생전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지요. “팬이면 누구나 알지만 뜨지 않은 노래(‘민물장어의 꿈’)다. 이 곡은 내가 죽으면 뜰 것이다. 내 장례식장에서 울려 퍼질 곡이고 노래 가사는 내 묘비명이 될 것”이라고.

우리 시대의 마왕(魔王), 신해철(46) 입니다. 그의 슬픈 예언은 맞았습니다. 신해철이 27일 뇌손상으로 인해 사망한 직후 2001년 발매된 앨범 ‘락(樂) and Rock’에 수록된 ‘민물장어의 꿈’이 온라인 차트에 진입하는 등 서글픈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민물장어의 꿈’을 들으며 신해철을 생각해봅니다. 그의 음악을, 그리고 그의 삶을. 뮤지션으로서, 자연인으로서 그리고 시대의 논객으로서의 모습을. 그는 노랫말처럼 성난 파도 아래 깊이에 한번이라도 이르기 위해 몸부림치듯 정의를 압살하는 시대의 부조리에, 자유를 억압하는 제도와 인식에, 진정한 가치와 꿈을 부정하는 자본의 힘에 음악과 논리, 온몸으로 저항하며 살았습니다.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록밴드 무한궤도의 멤버로 참가해 ‘그대에게’로 대상을 받은 신해철은 솔로와 밴드 넥스트 활동을 통해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재즈 카페’ ‘날아라 병아리’등 수많은 히트곡을 냈을 뿐만 아니라 한국 록음악을 대중 속으로 파고들게 했지요. 익숙함과 안일함을 벗어던지며 끊임없는 실험과 새로운 시도로 한국 대중음악의 지평을 확장했습니다. 지난한 작업임에도 그는 지치지 않고 한국음악을 진화시켜왔습니다. 그런 그에게 가왕 (歌王)조용필은 “신해철은 음악적 모험 정신과 욕심이 대단했다. 음악 관련 대화를 하면서 내가 묻기도 하고 배우기도 했다”라고 했고 서태지는 “신해철은 음악인으로서 저에게 커다란 산과 같은 존재였다. 순수한 영혼과 진실 된 의지로 우리를 일깨워준 진짜 음악인 이었다”고 추모했습니다.

음악만이 아니었습니다. 사회에서, 문화현장에서 그리고 정치 분야에서 논객으로서의 직설과 지식인으로서의 실천으로 때로는 아름다운 파장을, 때로는 생산적인 논쟁을 일으켰지요. “사회적 발언을 하거나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게 다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와 사회와 음악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음악이 이상해진다.” 지난 7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 신해철의 말입니다.

그의 말처럼 신해철에게 음악은 정치, 경제였고 사회였고 문화였습니다. 그는 음악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시대의 논객으로 직설로 광우병 쇠고기문제, 대마초 합법화, 간통죄 폐지, 학생 체벌 금지 등 자신의 입장과 주관을 우회하지 않고 직설로 풀어냈습니다. 그의 전방위적 직설은 자유와 이상, 인간성을 억압하는 권위와 제도, 행태에 대해 문제의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는 직설로 정치사회문제에 직격탄만을 날리지는 않았습니다. “꿈을 이뤄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 있고 또한 그 꿈이 행복과 직결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라는 말처럼 진정성 어린 따뜻한 언어로 청소년과 젊은이들의 대변자이자 멘토 역할도 톡톡히 했습니다.

손석희 JTBC앵커는 “신해철씨는 제가 기억하는 한 가수였지만 어떤 주제를 놓고도 자신의 주관을 뚜렷이 해서 논쟁할 수 있는 논객이기도 했습니다”라고 언급하더군요.

부조리에 저항하는 강렬함과 타협하지 않는 직설로 인해 시대와 일부 대중의 부조화와 거부감을 받기도 했지요. 하지만 신해철은 끄덕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갔습니다. 시대를 앞선 음악인으로서, 시대와 호흡한 논객으로서, 시대를 뜨겁게 산 자연인으로서. 그래서 시인 안도현은 탄식했습니다. “사람은 떠나고, 짐승만 남았다. 아, 신해철!”이라고.

한 시대를 음악으로, 온몸으로 치열하게 살다간 마왕, 신해철, ‘민물장어의 꿈’을 다시 들으며 그와의 지상에서 작별을 고합니다.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잘 가게! 마왕 신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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