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꺼내든 카드는 ‘직무적합성평가’ 도입이다. 직무 역량이 확인된 지원자에게만 SSAT 응시 기회를 주기로 한 것. 그간 SSAT는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갖춘 모든 지원자에게 기회가 열려 있었던 탓에 ‘한번 보자’ 식의 허수 응시생이 몰렸다. 연간 응시자만 20만명에 달했다.
결국 삼성은 직무적합성평가를 도입하며 서류전형을 사실상 부활시켰다. 출신대학 등 직무와 무관한 스펙은 반영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지원자 입장에서는 한 단계 장벽이 생긴 셈이다.
삼성의 위상 및 사회경제적 환경이 달라진 만큼 제도 개선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하지만 제도 개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운용의 묘’다. 좋은 제도라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면 부작용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삼성의 채용제도 개편이 아쉬운 이유는 운용의 묘를 살릴 방책보다 지원자 제한에 초점을 맞춘 데 있다. 채용제도 개편의 이유는 20여년 전 SSAT 도입 때처럼 창의적이고 우수한 인재의 확보다. 그러나 이공계 쏠림현상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직무적합성평가는 IT(정보기술)·전기전자 등 이공계 지원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은 하드웨어 경쟁력에 소프트웨어 역량을 더해 나가고 있다. 이 시점에 필요한 인재는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다. 올 하반기 삼성의 대졸 신입사원 공채 합격자 중 이공계 비중(호텔부문 제외)은 80~90% 수준에 달한다.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이들에 대한 문은 지금보다 더 활짝 열려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