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가 후려치는 건설사들… 시장 무너진 중소 레미콘업계 ‘한숨’

입력 2014-11-28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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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인증 없는 특수시멘트 요구… 연말 평균 3% 납품가 감액 압박도

중소 레미콘업계가 최근 '아사상태'에 빠졌다. 대형 건설사들이 KS인증을 받지 않은 저가 특수시멘트를 지정해 레미콘 생산을 요구하는 등 납품가 감액에 나서고 있어서다. 이에 최근 국내 레미콘 시장 가격이 혼란을 빚고 있는 상황이지만, 중소 업체들은 '갑'인 건설사들의 눈치 때문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모습이다.

28일 서울경인레미콘협동조합에 따르면 수도권 레미콘업체들은 최근 시멘트업체들에게 '저발열 시멘트' 생산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대형 건설사들이 일반 시멘트보다 가격이 톤당 1만원 가량 저렴한 저발열 시멘트를 지정해 레미콘 생산을 요구하고 있어 중소 레미콘업체들의 수익을 급격히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저발열 시멘트는 제철소에서 나오는 부산물과 고로슬래그 등을 일반 시멘트와 혼합한 특수 시멘트다. 가격이 저렴한 만큼, 저발열 시멘트를 이용해 생산하는 레미콘 가격도 대폭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건설사들은 이를 통해 원가절감에 나서고 있지만, 중소 레미콘업체들은 제값을 받지 못해 경영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배조웅<사진> 서울경인레미콘협동조합 이사장은 27일 여의도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나 "건설사들이 저발열 시멘트를 요구하면서 낮아진 가격에 맞춰 납품하라고 한다"며 "KS인증을 받는 일반 시멘트와 달리 저발열은 인증도 받지 않은 제품인데 이것을 쓰라고 종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저발열 시멘트을 사용하려면 3억원 상당의 '사일로(시멘트를 받는 설비)'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도 부담"이라며 "이를 거부하려고 해도 거래가 끊길까봐 중소 업체들의 경우 제살 깎아먹는 심정으로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미 납품된 제품들의 경우에도 감액을 요구하는 건설사들의 행태도 중소 레미콘업체들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배 이사장은 "연말이 되자 대형 건설사들이 기 납품분에 대해 평균 3%에 달하는 감액 요구를 하고 있다"며 "저발열 시멘트 사용 압박에 연말 감액까지 건설사들이 레미콘 가격을 제발 정당하게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현재 매출이 급감 중인 중소 레미콘업체들은 사실상 수익이 없는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민수시장에 이어 공공조달시장에서의 가격 혼란도 예상된다.

배 이사장은 "관수는 보통 민수시장 가격보다 저렴한 게 원칙인데, 오히려 그 반대 형국으로 가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간 관수 가격도 다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제대로 된 가격으로 거래하며 건설사나 레미콘업체들이 공멸이 아닌, 공생할 수 있는 사이가 됐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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