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 연장과 저출산으로 ‘노동력 조로(早老)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고연령층을 위한 고용 안전망 구축은 미흡해 고령층의 고용안전망이 위험수위에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노동인력이 부족해지면서 60대 이상의 경제활동 참여 요구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고령층은 안정적인 취업을 돕는 직업교육훈련이나 고용보험의 ‘사각시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12일 통계청의 ‘2013∼2040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6년 3704만명을 정점으로 2017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2040년에는 2887만명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앞으로 약 25년 후면 생산가능인구가 전체 인구(5109만명)의 56.5%로, 절반을 겨우 웃돌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65세 이상 고령층이 줄어드는 청년층을 대신해 부족한 노동력을 채워야 한다는 의미도 된다.
이미 우리나라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고용선진국과 한국의 노동시장 지표 및 유연안정성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남녀경제활동참가율은 2012년을 기준으로 각각 41.6%, 23.0%로 나타나 고용선진국 평균 19.5%, 10.5%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고용동향(11월)을 보면 1년 대비 취업자 수는 60세 이상의 경우 22만1000명, 50대는 19만3000명 늘었지만, 20대는 4만4000명 증가하는 데 그치고 전체 인구가 감소 중인 30대는 3만4000명 줄었다. 신규 취업자가 고령층에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는 고령층이 늘면서 질 낮은 일자리가 고령층으로 채워지고 있다”면서 “이들의 높은 경제활동 참가율에도 소득취약 노인가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인구 고령화 추세로 고연령층의 노동시장 진입은 확대되고 있지만 임금 수준은 열악하기만 하다. 올해 3월 기준 저임금 근로자 중 5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17.4%에서 22.1%로 4.7%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60대 이상의 비중도 16.7%에서 23.5%로 6.8% 상승했다.
고령층 근로자에 대한 고용 안전망도 취약하다. 통계청이 전날 발표한 ‘직업교육 참여 현황’에 따르면 30대(29.0%)와 40대(27.7%)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참여경험 비율이 높게 나타난 반면, 60세이상은 8.5%에 불과해 직업교육훈련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었다. 직업교육훈련에서 소외돼 있다는 것은 좋은 일자리를 가질 기회가 그만큼 적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2014년 사회보험 가입현황’을 보면 올해 4월 기준으로 60세 이이상의 임금근로자의 사회보험입률은 국민연금 18.2%, 건강보험 44.9%, 고용보험 28.0% 등으로 매우 저조했다. 50대는 이보다는 사정이 나았지만 모두 60%대에 그쳐, 80%대의 가입률을 보인 30대, 70%대를 유지한 40대에 비해서는 낮았다. 특히 실업자를 위한 유일한 사회적 안전장치인 고용보험 가입률은 30대(81.9%)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실업의 위험에 더욱 노출돼 있었다.
김민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임금 근로자 중 50~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사회 안전망을 확대해 고령층의 고용 안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