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핫’한 삼성SDS·제일모직, 애널 감각은 ‘글쎄’

입력 2014-12-1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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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영 자본시장부 기자

“1년 뒤에 두고 보십시오. 분명 주가는 제가 제시한 목표가만큼 가 있을 겁니다”

H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삼성SDS 주가 고평가 논란과 관련해 묻자 억울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 애널리스트가 제시한 삼성SDS의 목표가는 현재 주가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애널리스트의 장담대로 주가가 2배 이상 가면 얼마나 다행이겠느냐만은 불행스럽게도 애널리스트에 대한 시장의 신뢰감은 그리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하고 전문 지식이 딸리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애널리스트의 분석은 그나마 믿을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이자 지식이다.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삼성SDS에 대한 지나친 장밋빛 전망이 무서운 이유다. 만약 위 애널리스트의 장담을 믿고 개인투자자가 투자에 나섰다가 주가가 고꾸라지기라도 한다면 투자의 책임은 애널리스트의 말을 순진하게(?) 믿은 개인투자자가 고스란히 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나친 장밋빛 전망만큼 우려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너무 무관심해서 문제다.

최근 일반 청약을 마친 제일모직의 얘기다.

제일모직은 삼성SDS와 함께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삼성SDS로 들끓기 시작했던 투자 열기는 제일모직으로 정점을 향해 치닫았다.

제일모직에 대한 투자 열기가 너무 높았던 탓에 시장은 놀라는 것을 넘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예상치 못한 결과라고 해서 기분 나쁠 것은 없다. 오히려 시장은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특히 제일모직의 주관ㆍ인수를 맡은 증권사들은 그야말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뜨거운 청약열기가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제일모직 목표주가를 제시한 곳은 키움, 하이투자, KTB, LIG투자증권 등 4곳에 불과했다.

물론 국내 대형사 6곳이 제일모직 상장주관사나 인수단으로 참여한 탓도 있다. IPO에서 상장주관사나 인수단으로 참여하는 증권사는 투자 의견이나 목표주가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고서라도 기업공개 사상 경쟁률과 증거금 최대치 등 모든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핫’한 종목의 목표가를 제시한 증권사가 단 4곳에 그쳤다는 것은 제일모직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12일 현재 에프엔가이드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종목의 리포트는 제일모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제일모직에 대한 리서치센터의 외면(?)이 애널리스트들이 삼성SDS의 사례에 부담을 느낀데 따른 것이란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이슈와 관련한 변수가 많아 분석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도 말하고 있다.

이유가 어찌됐든 투자자들이 가장 원하는 종목에 대한 분석을 애널리스트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은 ‘장밋빛 전망’의 남발만큼 불편하게 다가온다.

애널리스트 리포트 신뢰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그 원인이 과연 어디에 있는지 깊이 고민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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