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불평등을 놓고 세계적 석학들이 격론을 벌였다.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EHESS) 교수와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3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학술총회에서 소득 불평등의 원인과 이에 대한 해법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보수 경제학의 대표주자인 맨큐 교수는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앞선다. 그래서 어쩌라는거냐?(r>g. So what?)’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에 미치지 못한다면 오히려 과도한 자본 축적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평등은 생산에 기여한 대가라면서 자본을 축적하고 윤택한 삶을 사는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가난한 평등보다는 부자가 될 기회가 있는 불평등한 사회를 사람들이 더 원할 것”이라고 맨큐 교수는 덧붙였다.
맨큐 교수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수석 경제고문을 지냈다.
피케티 교수는 이와 관련 자본 축적이 자본소득 증가와 불평등을 심화한다면서 부의 세습과 재분배를 막기 위해 누진적 소득세와 자본세 도입을 주장했다.
피케티 교수는 앞서 저서 ‘21세기 자본’을 통해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앞서면서 소득 불평등이 심화한다고 분석해 세계 경제학계를 떠들썩하게 한 인물이다.
이날 학술총회에서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국)의 위기 등에 대해서도 토론이 벌어졌다.
대다수 학자는 미국이 올해 3%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글로벌 경제를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장은 “미국이 글로벌 경제의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며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5~3.0%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경제에 대한 신중론도 나왔다.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제로 성장 또는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며 수요가 부족해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구 증가율이 정체되고, 안전자산 선호도가 증가하는 것이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로런스 교수는 소득 불평등도 문제라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프라 확충 같은 재정지출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고용을 늘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로런스 교수는 덧붙였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긴축과 관련해 신중론을 피력했다.
그는 현재 실업률이 5.8%, 인플레이션율이 1.2%라면서 2004년 금리인상 당시 실업률이 5.6%, 인플레이션율이 2.8%였다는 것에 주목했다.
다만 로젠그렌 총재는 지나치게 낮은 금리는 시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의 회복에도 현재 금리가 너무 낮아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연준은 금리인상 이후 2년에 걸쳐 연방기금목표금리를 3.75%로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됐다.
유로존은 전면적 양적완화(QE) 도입 등의 공격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화 가치를 절하하는 ‘태환 개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과 함께 유동성을 흡수하는 ‘불태환 정책’으로는 위기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