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스턴에서 3일(현지시간) 개막한 전미경제학회(AEA) 연례 학술총회에서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EHESS) 교수가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무엇보다 보수 경제학을 대표하며 경제학도들의 입문서로 유명한 ‘맨큐의 경제학’의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가 총회에서 피케티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해 관심을 끌었습니다.
맨큐 교수는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앞선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발제로 피케티를 공격했습니다.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더라도 재산의 소비와 분배, 세금 등으로 부유층의 재산이 줄어드는 만큼 소득 불평등이 갈수록 커진다는 피케티의 주장이 맞지 않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피케티 교수가 해법으로 제시한 글로벌 부유세보다 소비세 인상이 소득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고 제시했습니다.
피케티 교수도 즉각 반박에 나섰습니다. 부자들은 재산 일부만 투자해도 부를 계속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자본수익률과 성장률 차이가 벌어지면 불평등이 심화한다는 것입니다. 또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누진 소비세보다는 부유세가 낫다는 주장도 꺾지 않았습니다.
피케티의 주장에 유쾌하지 못한 것은 맨큐 교수 만이 아닙니다. 피케티 교수는 총회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설립자와의 최근 논쟁도 소개했습니다. 게이츠가 자신의 책(21세기 자본)을 사랑하지만 세금을 더 내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피케티 교수는 “게이츠는 자신이 정부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런 관점을 이해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피케티 교수의 부상에 올해 AEA 총회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것 같습니다. 그의 주장이 맞던 틀리던 경제학의 ‘뜨거운 감자’인 소득 불평등을 다시 전면으로 부각시킨 공로는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해 ‘21세기 자본’의 오류를 지적했음에도 이 책을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