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돼 국내 농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지만 육류시장과 창업시장에서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반기고 있다.
한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미국산 쇠고기가 우리 입맛에 맞는 부드러운 육질을 지니고 있어 호주산 쇠고기에 비해 더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축산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산 쇠고기는 도축 3개월∼1년 전에 우리 안에 가둬놓고 옥수수 사료를 먹여 키우기 때문에 마블링이 좋고 육질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고 말했다.
한 때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의 70%까지 점유하던 미국산 쇠고기 공급이 광우병 파동으로 중단되면서 유통시장과 외식업계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창업전문가들은 "미국산 쇠고기가 본격적으로 수입됨에 따라 국내 쇠고기 전문점 등 외식시장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쇠고기 전문점 움직임 활발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등심은 1인분에 1만∼1만2000원, 갈비살은 1인분 9000원 선으로 판매가 가능할 것이다"고 말했다.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호주산 쇠고기와 경쟁을 위해 더 저렴한 가격으로 물량을 풀 가능성도 적지 않다.
현재 호주산 쇠고기는 물량부족으로 인해 품질의 변화 없이 가격이 상승되고 있어 고품질 저가격의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 호주산 쇠고기의 가격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창업 전문가들은 "미국산 갈빗살이 1인분 9000원으로 들어오면 기존 저가형 쇠고기 전문점에서도 일부 메뉴를 미국산으로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이 떨어지는 호주산 쇠고기를 활용한 다양한 쇠고기 프랜차이즈가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현재 국내에서 저가형 쇠고기 전문점으로 활동하는 브랜드는 ▲오래드림 ▲우쌈 ▲우마루 ▲아지매 숯불구이 ▲우모리 등 5곳 정도다.
이들은 대부분 호주·뉴질랜드산 쇠고기 갈빗살을 1인분(150g)을 6000∼9000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이중 쇠고기만 파는 쇠고기전문점은 '우쌈' 한 곳 뿐으로 나머지는 각종 먹을거리 파동에 대비해 돼지고기, 해물 등 다양한 메뉴를 함께 판매하고 있다.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함께 판매하고 있는 ‘오래드림’의 박창규 대표는 "미국산 쇠고기로 메뉴를 교체하면 돼지고기와 쇠고기 판매비율이 4:6으로 전환될 것이라 예상한다"며 "수입 재개에 대비해 진짜 갈비살이라는 의미의 '진갈빗살'이라는 메뉴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진갈빗살은 6·7·8번 갈비를 활용해 만든 메뉴로 흔히 알고 있는 LA갈비에서 뼈를 쳐낸 살코기 부분이다"며 "이번 수입 재개에서 갈비 등 뼈있는 고기는 수입이 제한되기 때문에 메뉴 면에서 다양한 개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육질이 중요한 구이 메뉴 외에 조미를 하는 양념 불고기, 갈비탕 등의 메뉴는 가격이 떨어지는 호주산 쇠고기를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제고 할 수 있다.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를 운영했던 정인태 대표가 런칭한 '불고기 브라더스'는 호주산 쇠고기를 사용해 다양한 불고기와 갈비탕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예정이다.
갈비 양은 적고 가격은 비싼 한우 갈비탕 대신 호주산 쇠고기를 사용, 갈비 양을 4배로 늘리고 가격은 8000원 대로 낮춰 고객을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 삼겹살 전문점 타격, 돼지갈비 전문점은 보합세
최근 육류 외식시장에서 삼겹살이나 돼지갈비 전문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이유는 미국산 쇠고기 물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갈빗살 등 쇠고기 공급량이 원활하지 않자, 대체 수요로 돼지고기 수요가 증가한 것.
창업 전문가들은 미국산 쇠고기가 본격적으로 수입되면 기존 돼지고기 시장의 30% 정도가 다시 쇠고기 시장에 자리를 내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삼겹살 전문점과 돼지갈비 전문점은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저가형과 메뉴 품질력을 내세운 중고가 브랜드로 양분화 돼있다.
창업전문가들은 "1인분 7000원대로 저렴한 쇠고기 전문점이 생긴다고 가정하면 고품질 돈육으로 메뉴 경쟁력과 차별화를 지닌 중고가 브랜드는 큰 타격을 받지 않겠지만 품질 개선 없이 가격 경쟁력만을 내세운 저가형 브랜드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저가형 삼겹살 전문점들은 가격 경쟁력을 밀고 들어오는 저가형 쇠고기 전문점에 대응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저가형 삼겹살 전문점들은 저품질의 메뉴로 고객으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올해 초부터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해 원가부담을 안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적정 품질과 확실한 메뉴 차별화를 이룬 곳은 이런 외부 상황에 큰 영향은 받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왕대감 참숯화로 왕갈비 송교원 전무는 "쇠고기 메뉴 추가에 대비해 돼지갈비전문점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브랜드명도 '왕대감 참숯화로 왕갈비'로 지었다"며 "돼지갈비의 메뉴 경쟁력으로 기존 고객을 끌고 가고, 소갈비 메뉴를 추가해 고객층을 더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삼겹살 전문점, 돼지갈비 전문점 이미지가 강한 곳은 간판을 바꾸지 않는 한 무턱대고 쇠고기 메뉴를 추가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며 "오히려 기존 메뉴를 차별화와 품질 개선을 통해 돼지고기 수요층을 확실하게 끌어오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프랜차이즈 본사 유통망 및 원재료 수급 꼼꼼히 따져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는 한우 등 고급육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중고가 시장에 품질 개선을 불러와 전반적인 시장의 품질 향상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창업 전문가들은 "어느 쪽으로 흐르든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창업 시장에 활기가 돌 것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예비 창업자들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물류 유통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원재료 수급은 원활한지를 철저히 따져 가맹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이어 "본사에서 쇠고기 수입 유통 회사를 함께 운영하면 더 좋다"며 "또 광우병 악재가 다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쇠고기 전문점보다는 돼지고기나 해물 등 다른 메뉴를 접목해 판매하는 브랜드를 고르는 것이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됐지만 쇠고기 시장이 개편되고 소비 심리가 살아나는 데는 1년여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성급하게 창업을 결심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내년 중반 이후까지 시간을 갖고 시장 동향을 살펴본 후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