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군포시에 거주하는 양모(43)씨의 최대 고민은 다가오는 전세계약일이다. 집주인이 1억8000만원이었던 전세가격을 2000만원이나 올려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맞벌이를 하는 양씨 부부는 한달 소득이 450만~500만원 수준으로 적지 않지만 불어나는 전세가격을 감당하기에는 힘이 부친다. 양씨 부부는 “공공임대주택을 알아봤지만 지원요건이 까다로운데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주거여건이 마음에 걸려 선뜻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고자 민간 분양주택 수준의 8년짜리 장기 임대주택을 공급한다. 기업형 임대사업자 육성 차원에서 택지, 기금, 세제 등에 대한 지원도 대폭 이뤄진다.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비관론 역시 고개를 들고 있다.
◇임대주택 대상 범위 중산층까지 확대 = 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기업형 임대주택사업 육성을 통한 중산층 주거혁신 방안’은 임대주택 정책의 대상 범위를 중산층까지 확대했다는 점이 커다란 특징이다. 이전까지 정부의 임대주택 정책이 주로 서민층의 주거안정에 집중돼 왔던 것과 구별되는 부분이다. 여기에는 최근 치솟는 전셋값과 월세화 현상 가속으로 중산층 주거환경이 불안해지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그동안 중산층은 제도권의 주거정책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다. 실제 서민층이 주로 거주하는 임대주택 재고는 2006년 49만호에서 2013년 97만호로 98% 증가한 반면 중산층 대상 임대주택 재고는 같은 기간 84만호에서 64만호로 23.8% 감소했다.
중산층 대상 민간임대주택은 재고 자체도 부족하지만 각종 규제로 품질도 떨어진다. 중산층이 주거 불안을 호소하면서도 민간 임대주택 거주를 기피하는 원인이다. 세입자들은 임대료 상승, 잦은 이사, 퇴거요구 등 주거불안을 감수하면서도 사적 민간임대시장에 의존하게 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소득분위 5~8분위에 있는 임차가구 가운데 90.3%가 거주하고 있을 정도다.
여기에 집에 대한 인식이 ‘소유’에서 ‘거주’로 변화함에 따라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임대시장은 빠르게 전세에서 월세 시장으로 재편되는 상황이다. 2012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임차 가구 가운데 월세 가구 비중은 2012년에 49.9%로 전세(50.1%)보다 낮았지만, 지난해에는 55.0%로 전세(45.0%)를 크게 뛰어넘었다.
이에 장기간 거주가 가능하면서도 임대료 인상률이 안정적인 선에서 관리되는 임대주택을 충분히 확보하겠다는 게 이번 대책의 골자다.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서 상대적으로 지원이 부족했던 중산층의 임대주택 재고를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뉴 스테이(New Stay)’로 이름 붙여진 기업형 임대주택은 최소 8년 이상 거주할 수 있다. 사업자는 임대 기간에 임대료를 연 5% 이상 올려 받을 수 없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기존 공공임대주택과 다른 것은 임대료가 주변 일반 아파트 전·월세 시세와 비슷한 수준이란 점이다. 전·월세 등 임대 형태와 임대료는 사업자가 자율로 결정하도록 했다.
단지 내외관은 민간 아파트 수준으로 건설되며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전·월세로 입주할 수 있다.
◇파격적 혜택으로 진입문턱 낮춰 = 정부는 사업의 성공적 시행을 위해 파격적으로 규제를 낮췄다.
8년 장기 임대주택에 대해서는 60∼85㎡의 취득세 감면폭을 25%에서 50%로 확대하고 소득·법인세 감면대상 기준시가를 3억원에서 6억원으로 늘리는 한편 85㎡ 이하 4년 단기임대의 소득·법인세 감면폭은 20%에서 30%로, 8년 장기임대는 25∼50%에서 75%로 확대하기로 했다.
상근 임직원과 전문인력을 두고 직접 관리하는 자기관리형 리츠의 임대소득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8년간 100% 감면해주기로 했으며 양도세의 경우 4년 건설임대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30%에서 40%로, 8년 장기는 60%에서 70%로 각각 늘리기로 했다.
8년 장기임대주택의 임대사업자에 대한 융자 금리 인하, 기업형 임대사업자에 대한 기금 출자 확대 등 금융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기업형 임대와 관련한 6개 핵심 규제 중 임대 의무기간, 임대료 상승제한을 제외한 나머지 4개를 없애고 ‘민간 주택임대사업 육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민간 임대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민간 대형 건설사들이 ‘래미안’, ‘자이’, ‘푸르지오’처럼 고품질의 임대주택을 공급을 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